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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원초적 한계 드러낸 검찰의 파이시티 수사

by gino's 2012. 5. 19.

이명박 정권을 창출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핵심들이 연루된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개발 비리 사건의 전모는 어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오리무중이다. 검찰이 성역없이 의혹의 핵심을 파헤치기는커녕 마지못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고향 선후배와 인허가를 노리는 업자 및 비리 폭로를 협박한 운전기사가 얽히고 설킨 사건 자체의 악취에다 검찰의 헐렁한 수사가 되레 의혹의 냄새를 더한 꼴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중간 발표에 따르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고향후배인 건설업자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직접 많이 나서지 않고,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8억원을 챙겼다. 이 중 6억원을 매달 5000만원씩 1년간 정기상납받았다. 그럼에도 범죄혐의 및 돈의 용처에 대해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다. 사건에 연루된 정권실세들의 진술내용을 전하는 ‘하더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건넨 업자는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줬다”는데 최씨는 받은 적이 없다더라, 돈의 일부를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여론조사에 썼다고 말했다는데 최씨 본인은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더라는 식이다.

현재까지 2억6478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서울시 정무보좌역 재직 시 교통국장에게 청탁하고, 청와대로 옮긴 뒤에는 서울시 고위간부에게 “인허가를 챙기라”고 말한 점 등이 확인됐다. 하지만 박씨의 비자금 조성 여부도 돈세탁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중국에 머물고 있어 안갯속이다.

파이시티 개발사업이 추진되던 시절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에둘러간 혐의가 짙다. 이 대통령은 시 정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의 여지가 있다는 시 고위간부의 우려에 ‘기업이 돈벌려고 사업하는 게 아니냐. 기업이 돈벌면 배가 아프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인허가를 밀어붙인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그러나 서울시 회의록을 봤지만 시장이 보고받았다는 진술은 없었다는 설명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라며 향후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해 그 이상의 새로운 결과를 내놓은 적이 거의 없다. ‘현재 권력’ 앞에 서면 약해지는 대한민국 검찰의 속성상 이번 사건은 애당초 속시원한 결말을 보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졌던 일말의 기대마저 속절없게 만든 수사 결과 발표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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