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29.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전념해야 한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구체적인 책무이자 취임 선서의 핵심내용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국민통합에 주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때아닌 ‘종북세력론’을 늘어놓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91차 라디오 연설은 이러한 대통령의 책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설은 최근 검찰과 일부 언론이 주도하는 공안몰이에 대통령이 직접 가세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최근 버마 방문 결과를 보고하면서 아웅산테러 사건과 천안함 사건을 연계시켜 언급했다. 두 사건 모두 남측의 자작극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비난하면서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진보진영에서도 논란이 있는 ‘종북세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이들을 대한민국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버마 정부는 물론 유엔까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힌 아웅산테러가 남측 자작극이라고 한 종북세력은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다. 또한 여전히 과학적 의문이 남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무조건 정부 발표를 믿으면 애국세력, 믿지 않으면 종북세력인 양 국민을 둘로 나누었다. 이런 흑백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일인가 묻고 싶다.
대통령의 종북타령은 냉전의식을 극복 못한 일부 언론과 ‘정치검찰’이 통합진보당 선거비리 의혹을 빌미로 공안몰이를 하는 최근 움직임의 정점에 대통령이 서 있음을 확인시켜준 꼴이다. 설령 우리 내부에 종북세력이 일부 있다고 해도 이 대통령이 강조한 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뤄낸 대한민국이 한줌도 안되는 그들에 의해 휘둘릴 정도로 허약하지는 않다. 대통령의 공안몰이는 결국 임기말 위기상황을 넘기고 야권과 진보진영을 색깔론으로 옥죄어 정권 재창출에 힘을 보태겠다는 꼼수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지수는 만신창이 수준이다. 정권을 창출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연루된 온갖 비리사건은 물론, 이른바 ‘영포라인’이 정권의 안보를 위해 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민간인 사찰을 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며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했던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국민적 질타가 쏟아지는 숱한 사안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말기 행태를 보면, 이러한 자연의 법칙조차 비켜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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