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8일자
프랑스 사회당이 31년 만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지난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51.67%의 득표율로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하고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199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퇴임한 지 17년 만의 대권 탈환이다. 프랑스 좌파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고 올랑드 당선자는 “좌파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극좌에서 극우까지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프랑스 정치에서 좌·우파의 교체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지난 5년 동안 친미 성향의 사르코지가 지향했던 우파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의미는 프랑스 영토를 넘어선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 이후 4년째 국가부채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다음 행보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가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라는 신조어를 낳으면서 주도해온 유럽연합(EU) 차원의 신재정협약이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성격이 달라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올랑드는 이미 ‘메르코지’가 주도한 신재정협약에 성장 조항을 추가해 성장률이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긴축정책을 중단토록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공공지출을 늘려 15만개의 청년층 일자리와 50만개의 중장년층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럽연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이후 국가부채 위기의 해법으로 선택한 긴축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유럽연합 25개국이 지난 3월 조인한 신재정협약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의 3%·60% 이내로 제한하고 어길 경우 제재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코지의 긴축정책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같은 날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서 메르켈의 우파연정이 패배하고, 그리스와 세르비아 총선에서 긴축정책을 펼쳐왔던 집권당이 고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르코지 집권 5년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2.3%에서 5.7%로 오르고, 실업률이 10%에 달한 프랑스에서도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올랑드의 경제정책 공약들이 얼핏 혁명적으로 비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선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국가부채의 법적 한도를 16조4000억달러로 상향조정하면서까지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예산을 투입, 기로에 선 보통사람들의 삶을 부축하고 있다. 세계화가 막 시작됐던 1981년 당선된 미테랑은 주요 산업의 국유화와 주당 39시간 노동 등의 실험을 시도했다가 참담하게 실패한 바 있다. 올랑드가 약속한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메르코지의 긴축정책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프랑스와 유럽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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