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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신숙자씨 모녀 생사확인 이후 풀어야할 과제

by gino's 2012. 5. 10.

2012.5.10일자

북한이 1985년 독일 유학 중 가족과 함께 월북했던 오길남씨의 부인 신숙자씨와 두 딸 혜원·규원씨의 생사를 유엔에 알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신씨 모녀 구출운동을 벌여온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측이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을 통해 보낸 질의서 답변에서 신씨는 1980년대부터 앓아온 간염으로 사망했고, 혜원·규원씨는 살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다만 신씨를 오씨의 ‘전처’라고 명기하고 두 딸은 가족을 버리고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오씨를 상대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전해 추가 사실확인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를 통해 신씨 모녀의 생사를 확인하는 공식 서한을 보낸 것 자체는 일단 긍정 평가할 만하다. 주로 체제경쟁 과정에서 헤어진 ‘분단 이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그동안 ‘확인불가’ 또는 ‘연락두절’이라는 이유로 생사확인을 사실상 거부해 피랍자 및 납북어부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이 1969년 대한항공 피랍자 3명에 대해 제기한 질의서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반응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신씨가 사망했다면 관련 증명서를 통해 사망일시·장소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오씨의 가족 송환 요구에 대한 혜원·규원씨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유엔 실무그룹 관계자를 비롯한 제3자의 방북 면담을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신씨의 유골송환은 그 다음 문제다. 북한은 2004년 일본인 납치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분을 일본 측에 전달했지만 유전자 확인이 쉽지 않아 진위 논란만 일으킨 바 있다. 이 문제는 어차피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오씨와 관련 시민단체들 역시 사실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북한을 몰아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현명한 대처를 당부한다.

오씨처럼 자진 월북하지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족상봉의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산가족이 한반도 남측에만 8만4000여명에 달한다. 매달 250여명이 한을 품고 이승을 하직한다. 이들의 생사확인·서신교환·가족상봉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는 것이 남북 위정자들 모두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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