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키시마의 원혼들이 울고 있다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5. 31. 16:35

본문

우키시마호 폭침 희생자 유족들이 어제까지 이틀 동안 벌인 유해 발굴 노력이 성과없이 끝났다는 소식이다. 한국인 수백, 수천명이 수몰됐음에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은 물론 일본 정부의 어떠한 공식사과도 없이 기억에서 잊혀져온 이 사건의 비극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한국인 피징용자 3725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일본 군함 우키시마호가 교토 마이즈루항 근해에서 의문의 폭발로 침몰한 지 올 8월24일이면 꼬박 67년이 된다. 한국인 희생자는 일본 측 발표만으로도 524명, 생존자들의 증언으로는 수천명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가 미군이 설치한 기뢰 탓에 폭침했으며, 유해 발굴은 모두 끝났다면서 생존자 및 유족들의 진상조사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4년 한술 더 떠 일본 정부가 희생자들에 대한 어떠한 배상이나 사과 의무도 없다고 확정판결했다.

유족회의 자체 유해 발굴 노력은 그러나 이 사건이 결코 묻힐 수 없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유족회는 “건져내지 못한 유해가 아직도 바다 진흙 속이나 바위 틈에 끼어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이 구구하다”면서 구천을 헤매는 영혼의 한을 풀어주려 한다고 밝혔다. 우키시마호 사건은 강제로 징발돼 노예처럼 혹사당한 징용 피해자들이 꿈에 그리던 귀국선에 올랐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중의 비극이다. 사고 직전 일본 해군들이 급히 배에서 떠났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폭침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측은 사건 발생 9년 뒤에나 선체 인양과 유해 발굴을 하는 등 고의적으로 증거 훼손을 기도한 혐의가 짙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현재 피해사실을 인정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사례만 21만8639건에 달한다. 우키시마호 참극은 지난주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것과 맞물려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정리 작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입증한다. 일본이 꿈꾸는 ‘정상국가’는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제국주의 시절 자행한 숱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진상파악 및 피해배상, 공식사과를 거쳐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우키시마 유족회가 이번에 한국 정부에 어떠한 사전 지원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본은 물론, 한국 정부 역시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나마 2010년 우키시마호 폭침 진상파악 작업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피해조사 위원회마저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올해 말이면 해체될 운명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