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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만리장성 늘려 '고구려-발해사' 지우려는가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6. 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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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고대사 왜곡이 또 시작된 것인가. 중국 국가문물국(문화재청)은 2007년부터 착수한 고고학 조사 결과 만리장성의 총길이가 2만1196.18㎞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고구려와 발해가 위치했던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을 만리장성 유적지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고구려의 부여·안시·요동·박작·백암·개모성과 발해의 상경 용천부(헤이룽장성 무단장) 및 중경 현덕부(지린성 옌지) 등이 장성의 일부가 된 것이다. 만리장성 길이는 명나라 때를 기준으로 고비사막에서 산하이관을 잇는 6352㎞가 정설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9년 발표 때 8851.8㎞로 늘더니 이번에는 이보다도 2배가 훨씬 넘게 늘어났다. 중국 북부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만리장성 늘리기는 2002년부터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으로 간주해온 동북공정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역사 속 중국민족의 활동범주를 확대하기 위해 고구려·발해에 남겨진 한민족 발자취를 지우려는 시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4년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뒤 동북공정을 둘러싼 한국 내 반중감정이 확산되자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감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한·중 외교당국자 간 구두합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고구려·발해사 왜곡을 그치지 않아왔다. 지난해에는 한민족의 혼이 깃든 아리랑을 중국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분노를 산 바 있다.

중국의 고구려·발해사 왜곡은 학술 영역에만 머무는 사안이 아니다. 일본의 일제침략사 부정과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양대 암초이기도 하다. 중화민족의 굴기(起)는커녕 동중국해, 남중국해 영토분쟁 및 서해에서 미국과 군사적 패권다툼을 하려는 조짐과 맞물려 관련국의 경계심리와 반중감정만 확대시킬 뿐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과거사 매듭은 물론, 중국과의 고대사 논란을 아퀴짓는 데 늘 한발 늦은 대응을 해왔다. 차제에 만리장성 늘리기가 고구려·발해사를 왜곡했는지, 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사실관계부터 면밀히 따져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냉전시대로 회귀했지만 중국의 역사 왜곡은 결국 남북이 울력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이다. 언젠가 재개될 남북공조를 준비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중국의 고대사 왜곡을 바라보는 한국민의 감정은 중국민이 난징대학살을 부인하는 일본에 대해 갖는 분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한 중국은 동아시아의 미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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