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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사후관리도 마구잡이로 할 것인가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6. 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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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18

 

2010년 11월부터 석달여 동안 348만마리의 소·돼지를 매몰한 구제역 피해지역에 정부가 일률적으로 상수도를 가설하면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 공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토양·지하수 환경보전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3만3000여명의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시설 건설에 6411억원(국고 442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상수도 급수주민 1인당 평균 275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그나마 사업초기만 해도 1인당 소요비용이 184만원이었지만 구제역 창궐 이후인 2010년 12월 240만원, 2011년 3월 275만원, 동 7월 339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사업도 11개나 달했다. 특히 충남 아산시의 경우 주민 102명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는 데 62억원을 투입했다고 하니 1인당 6000만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관계법령에 따르면 급수인구가 100명 이상 2500명 미만인 경우에는 지하 100m 이하 지점의 지하수를 활용하는 마을상수도 또는 소규모 급수시설을 가설하게 돼 있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더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축매몰지는 5m 깊이에 조성됐기 때문에 100m 이하 깊이의 심부지하수는 오염 우려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해당기간 동안 급수인구 100명 미만의 지역에 상수도를 건립한 사업만 18개에 이른다. 산중에 떨어진 축산농가 1곳에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수㎞의 수도관을 가설했다고 하니 비효율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어처구니없는 예산낭비가 또 재현된 것은 관계당국이 지역 특성을 감안하거나 주민들을 설득하는 대신 손쉬운 상수도 건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1년 관련예산 가운데 상수도 건립과 매몰지 보강공사에만 85.3%가 집중된 탓에 정작 토양 및 지하수 수질오염 환경영향 평가 및 가축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개선 등 지속가능한 사후대책에 투입할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보고서 지적대로 지하수 오염을 방치한 채 지표수만 공급한 꼴이다. 보고서는 가축매몰지 사후관리사업의 원인으로 담당자들이 토양·지하수 오염에 대한 인식 및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관련부처 간 유기적 역할분담이 안된 점을 꼽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책임행정 의식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부실한 초기대책과 군사작전 하듯 강행한 살처분으로 제2, 제3의 환경재앙 가능성을 남겨두더니 사후관리에서 또다시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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