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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거꾸로 가는가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6.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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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20

 

이집트 군부가 잇달아 반동적인 행보를 내보이면서 지난해 ‘아랍의 봄’ 시민혁명 이후 일궈왔던 민주화 전망이 흐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뒤 과도정부를 이끌어왔던 이집트 군최고위원회는 지난 16~17일 대선이 끝난 뒤 군통수권을 포함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박탈하는 내용의 임시헌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대선 하루 전인 15일 이슬람주의 정당이 장악한 의회를 전격 해산한 데 이어 군부가 실질적인 민정이양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군부는 또 새로운 국방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의 권한을 추가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건 군부를 보필하면서 행정실무를 맡는 제한적인 권한을 위임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이슬람주의 세력과 일반 시민들이 “총성 없는 쿠데타”라며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이집트 군부의 강수는 이번 대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모하메드 무르시 자유정의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공식 선거 결과는 21일 발표되지만 무슬림형제단은 자체 출구조사 결과 무르시 후보가 52.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현지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 역시 무르시의 당선 가능성을 전하고 있다. 군부가 어깃장을 걸고 나선 이유는 1952년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린 뒤 60여년 동안 누려온 정치적, 경제적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민정부의 형식적인 출범을 허용하더라도 군부의, 군부에 의한, 군부를 위한 체제를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인 것이 분명하다.

무바라크 퇴임 직후만 해도 “시위과정에서 목숨을 내던진 모든 순교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던 이집트 군부가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은 시리아 유혈사태의 장기화로 드러났듯이 아랍권 민주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시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1979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한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원조에 의존해온 이집트 군부는 미국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즉각 “이집트 군부가 권력이양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경고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가 사태를 방관한다면 아랍권 최대 국가의 민주화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중동지역의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집트 군부는 민주화의 장애가 아닌, 동반자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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