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는 미국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4년 간 미국을 이끌 대통령선거가 오는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민주·공화당 후보들은 민심의 향배를 가늠짓는 첫 경선을 앞두고 막바지 유세를 벌이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처럼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한 적은 드물다. 최근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5%가 변화를 요구했다. 유권자들의 대다수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 사로잡히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끝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살포했던 ‘테러전쟁’의 주문은 약효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지난 31일 현재 3898명의 미군과 8만7000여명의 민간인을 희생시킨 이라크 전쟁의 조속한 매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9·11테러의 외상(外傷)에서 벗어난 첫 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이라크 전쟁보다 더 큰 변화에의 욕망은 테러전쟁의 포연 속에 가려졌던 세계화의 내상에서 비롯된다. 이민정책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 이슈가 민생문제에 몰려 있다. 지난 달 28일 발표된 AP통신·야휴뉴스 여론조사에서는 의료보험이 가장 중요한 이슈(53%)로 떠오른 게 이를 말해준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촉발된 집값 하락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의료보험에 뒤이어 경제(52%), 사회보장(48%)이 최우선 이슈로 등장한 배경이다. 이라크 정세(48%) 및 테러(46%)에 대한 관심을 앞섰다. 일터를 잃은 중남미 국가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다시 미국인의 일자리와 치안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낳은 이민정책 역시 응답자의 37%가 최우선 이슈로 지목됐다.
이번 대선이 유권자들이 세계화의 후유증에 대한 치유책을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첫 선거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낮은 세금과 자유무역, 기독교신앙, 가정(낙태·동성애 반대)을 중시하는 공화당과 높은 세금·공정무역, 사회적 소수자 권익옹호를 내세우는 민주당의 가치가 맞붙는 양상은 이번에도 선거판의 저변을 이루고 있다.
코커스를 사흘 앞둔 31일 현재 아이오와 판세는 민주, 공화당 모두 전망이 쉽지 않다. 양당 모두 박빙의 경선을 예고한다. 지난 30일 조그비·로이터통신·C스팬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31%)·버락 오바마 상원의원(27%)·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24%)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공화당은 기독교 우파의 지지를 업고 있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지사(29%)와 모르몬교도 출신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28%)가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적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힐러리의 우세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초접전 양상이다. 지난 달 9일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53%의 지지율로 흑인 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23%)와 에드워즈(10%)를 합한 것보다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화당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25%)이 근소하게 리드하는 가운데 허커비(19%)·롬니(17%)가 약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이 30일 발표한 전국 지지도 조사에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지지율 17%를 획득,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롬니와 허커비 전 주지사는 각각 16%, 줄리아니 전 시장은 15%를 얻었다. 경선 결과의 불가측성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민주·공화당의 경선 판도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통과의례를 거친 뒤 20여개 주의 예비선거가 몰린 슈퍼화요일(2월5일)에 윤곽이 드러난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