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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김재철 이대로'를 고집하는 불통정권

by gino's 2012. 7. 30.

2012.7.30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7일 김재우 이사장을 비롯해 김광동·차기환 등 8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3명을 재선임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MBC의 장기간 파행방송사태를 무책임하게 방치한 장본인들이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복원을 외치며 MBC 구성원들이 170일 동안 벌인 파업을 무위로 돌리는 것은 물론, 국회 개원협상을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에 뜻을 모은 정치권의 합의정신마저 흔드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김재우 이사장은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어온 김재철 사장의 행태를 적극 비호해왔다. 지난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불참해 국회마저 무시하는 태도를 내보였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김재우-김재철로 이어지는 공영방송의 걸림돌들을 온존케 함으로써 임기 말까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외면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유지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노조가 지난 17일 정치권의 합의를 믿고 파업을 철회한 뒤 MBC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절망적이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대해 대규모 보복성 인사를 단행한 것은 물론,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작가들까지 전원 교체하고 있다. 비판성과 공정성을 견인해온 내부역량을 스스로 허물면서 김재철 사장의 MBC가 가려는 길은 분명하다. 김재철 사장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리의혹과 추문을 뒤로하고 되레 조합원들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주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정권 논조로 일관해온 ‘MB씨(氏)’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는 필연적으로 감독 및 인사권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회의 정상화를 전제로 한다. 우리가 9기 방문진 이사회 구성에 앞서 김재우·김광동·차기환씨 등의 배제를 촉구했던 것은 애당초 불통으로 일관해온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해서가 아니다. “9기 방문진 이사회가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토록 하겠다”고 약속한 정치권이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그 합의정신을 관철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의 의지에 따라 아직 유효한 기대이기도 하다. 9기 이사회는 다음달 9일 임기를 시작한다. 전체 이사 9명 가운데 사실상 여당 몫으로 새로 임명된 김충일·김용철·박천일 이사가 상식과 순리에 따른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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