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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리설주 공개, '김정은의 북한'이 보내오는 생소한 신호

by gino's 2012. 7. 26.

 북한 조선중앙TV가 엊그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북한이 지난 6일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장에 김 제1위원장과 나란히 좌석에 앉은 장면이 공개돼 관심을 끌던 차에 즉각 실명을 공개한 셈이다. 오랜 세월 홀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던 북한 최고지도자에 익숙했던 우리는 ‘20대 신혼부부’가 풍기는 낯선 분위기를 접하고 있다.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아 육상대회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북측 ‘미녀 응원단’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옛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부인 라이사를 국내외 외교무대에 대동하면서 남성들만의 리그로 비쳤던 크렘린궁의 칙칙한 인상을 바꿔놓은 바 있다. 리설주의 존재가 라이사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같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에서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등장하고 미국 영화 <록키4>의 주요 장면이 상영된 것과 함께 북한이 생소한 소프트파워를 내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 제1위원장의 잇단 파격 행보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총련계 조선신보는 최근 “(모란봉악단의) 음악공연에 디즈니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경제건설의 현장에서 세계적 추세에 대한 언급이 되풀이되어도 조선(북한)에는 적대국이 기대하고 바라던 ‘변화’는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실제 지난 4월 공식 출범한 ‘김정은의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 및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정치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같은달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장거리 로켓발사를 강행했다. 하지만 최근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이 말해주듯 김 제1위원장이 국정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리영호 해임은 군이 제2경제위원회를 중심으로 누리던 경제적 특권의 상당부분을 내각 경제위원회로 돌리는 과정에서 단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또 경제관리방식의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이미지보다는 말이,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9·19공동성명이 명시한 한반도 비핵화 궤도로 복귀하지 않는 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 대우를 받을 길은 요원하다. 우리로서는 이미지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이미지를 무작정 외면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과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리설주가 김 제1위원장의 지근거리에서 목격된 지 7개월 만에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를 통해서나 존재를 확인하는 수준의 대북정보력도 문제지만, 북한과 어떠한 대화의 끈도 잇지 못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남북간 최소한의 접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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