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은 다음달 만 23세가 된다. 푸르디 푸른 나이지만, 국가대표 수영선수로는 제법 관록이 쌓였다. 올림픽만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을 딴 이후 4년의 세월 동안 온전히 런던올림픽만을 준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박태환이 지난 5일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4위를 한 뒤 “이제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올림픽으로 숨가쁘게 이어진 청춘의 고단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박태환만이 아니다. 국가대표는 영광이자 족쇄다. 메달은 숱한 땀과 절제의 용광로에서 제련된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펜싱 대표선수들은 “지난 1년간 거의 외출, 외박을 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를 끝낸 선수마다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갇혀 지낸 세월의 무게가 버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이 인천공항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대한체육회가 ‘관례대로’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12일 폐막식이 끝난 뒤 귀국하라고 지시해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합동기자회견 및 도심 퍼레이드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그들 희망과 상관없이 무조건 조기 귀국하라고 지시했다. 대한체육회 게시판에는 “지금이 1970, 80년대인가” “신성한 스포츠 정신을 변색시키지 마라” “메달 못딴 선수들도 생각해야”라는 등 항의성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뒤에도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강제 연기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박태환은 “이번엔 도망쳐서라도 먼저 들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한다.
여론의 질타가 심상치 않자 대한체육회는 “메달리스트들은 10일 이후 자유의사에 따라 귀국하라”면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런데 ‘10일 이후’를 고집한 까닭이 더 창의적이다. 9일 한국전 참전용사비가 있는 런던 시내 세인트폴 성당을 단체로 참배하는 행사가 있기 때문이란다. 참배는 왜 메달리스트들이 해야 하는지 참으로 묘연하다. 선수도, 관중도 이제는 메달 색깔이나 국가별 순위에 덜 연연한다. 노메달일지언정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에게 갈채를 보낼 정도로 성숙했다. 인터넷에서는 남북한 메달 수를 합한 ‘통일한국의 메달 현황’도 나돈다. 대한체육회는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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