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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토의 ‘북한요리’

칼럼/여적

by gino's 2012. 8. 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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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그가 돌아왔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필명). 세계는 베일에 가려진 북한 최고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에 항상 배가 고프다. 그 허기를 달래주는 게 그다. 2001년 탈북한 뒤 처음으로 북한을 2주간 방문하고 엊그제 일본으로 돌아간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4월 이후 잇달아 파격 행보를 내보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껏 시장기가 발동하던 터이다. 한동안 그가 요리해 내놓을 북한 최고지도부의 은밀한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게 됐다.



12년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지내다가 2001년 탈북 이후 저술가이자 강연자로 전업을 했다. <김정일의 요리사> <김정일의 사생활> <핵과 여자를 사랑하는 장군> 등을 펴냈다. 스시 전문가여서 그런지 그가 전하는 북한 이야기는 날것이다. 관음증의 욕구를 채워주기도 한다. ‘기쁨조’도 그의 입을 통해 묘사됐고, 김 위원장이 프랑스산 고급 와인과 생선회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김정은의 어린 시절 사진도 그를 통해 공개됐다. 북한 최고지도부를 비난해왔던 그는 테러 걱정에 본명을 숨기고 산다. 스카프와 검은 안경을 보호막처럼 걸치고 다니기도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 전속요리사 후지모토 겐지 (경향신문DB)



김씨 일가의 사생활 전문가가 아닌, 북한 전문가 행세도 종종 해왔다. 김정남이나 김정철이 아닌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된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리더십이 있었다”고 설명하는가 하면, 북한인권 운동가 역할도 한다. 재작년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후계자 김정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정치범 수용소를 일체 폐쇄하고 사람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후지모토는 이번에도 놀라운 변신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사람이 커졌더라” “평양 시민의 표정이 모두 밝았다. 모두 김정은 지도자 덕분이다”라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에 대해서는 “예쁘고 매력적”이라는 등 북한에 대해 온통 긍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이번에 그가 내놓을 ‘북한요리’는 어딘가 선도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되레 선친을 욕되게 했던 그를 초청해 환영파티까지 열어주었다는 김 제1위원장의 의도에 관심이 더 쏠린다. 후지모토는 메신저이자, 확성기이다. 그를 통해 북한은 또 어떤 신호를 보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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