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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요쿠(右翼)

칼럼/여적

by gino's 2012. 8. 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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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선대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믿는다. 그 영광을 현재에 실현하지 못해 안달이다.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일본 우요쿠(右翼)의 민낯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극단의 시대’, 주변국에 숱한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던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꾼다. 한·일 간에 과거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울리면 썩은 웅덩이에 모기가 꾀듯 우요쿠들이 창궐한다.


스즈키 노부유키라는 이름의 일본인이 그제 서울 성산동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 독도연구소 등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쓴 나무말뚝을 놓아두었다. ‘위안부가 성노리개라는 거짓말을 그만두라’는 전단을 붙여놓고 인증샷까지 찍었다. 지난 6월 위안부 소녀상에 동일한 주장을 담은 말뚝을 놓고간 데 이은 패악질이다. 자신의 블로그에 문제의 말뚝을 1개에 3000엔씩 판매한다는 광고문구까지 올려놓았다. 히틀러의 아우슈비츠 학살을 부정하기는커녕 미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뚝테러 고소하는 위안부할머니 (경향신문DB)


어느 사회에나 일탈하는 개인은 있기 마련이다. 일본 우요쿠는 그러나 일탈한 개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조직화된 정치세력이다. 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올해 47세인 스즈키는 건설회사 임원이자 정치인이다. 1995년 ‘유신 정당’을 표방하고 창당한 신풍(新風)의 참의원 도쿄 선거구 지부장 직함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말뚝만 안들었을 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역대 일본 정부도 다를 바 없다.


역사를 청산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만을 청산한다는 게 아니다. 과거에 혼을 박아두고 있는 ‘현재 속의 과거’를 솎아내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전후 서독 정부의 ‘탈(脫)나치화’ 역시 그러한 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일 게다. 나치 찬양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추종자들의 정치활동도 못하게 했다.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를 내보이는 사람은 최고 1년형에 취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통독 이후 신나치의 독버섯이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변방의 소란스러운 무리에 머무는 것은 정부 차원의 통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신나치와 다름없는 우요쿠의 왕성한 활동을 묵인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 필요에 따라 그들이 부추기는 국민감정에 영합한다면 도대체 어떠한 미래를 함께 도모할지 묘연하다. 과거가 그리 그리우면, 유신 잔당들을 몰아낼 신풍(神風)이나 불게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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