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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안을 위한 제안’으로 끝난 남북 이산상봉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8. 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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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가 지난 8일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했다. 정부와 한적은 제안 사실 자체를 숨겼으나 북측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공개됐다. 북적은 다음날 전화통지문을 통해 대북교류를 중단한 5·24조치의 해제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로 제시했다. 북측은 앞서 지난 2월에도 한·미 양국군의 키 리졸브, 독수리훈련 및 5·24조치를 이유로 남측의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정치적인 사안을 빌미로 내세운 것은 북측 스스로 강조해온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남측이 지난 2월 제안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본다면 과연 이를 관철시킬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으로 어느 정도 논의의 계기가 마련됐던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러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천안함 사과와 연계시킴으로써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 최근에는 북측이 막대한 홍수피해를 입었음에도 아무런 인도적 지원도 내놓지 못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를 놓쳤다. 정부가 6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제안할 요량이었다면, 이같이 비정치·군사적인 사안에서부터 최소한의 정지작업을 했어야 했다. 이를 생략한 채 덜렁 제안을 던진 것은 후하게 보아 아마추어적인 접근이고, 박하게 보면 처음부터 이산 상봉을 위해 노력했다는 제스처만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정은의 북한’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제안을 했다면 더욱 문제다. 이산의 고통이라는 전대미문의 민족사적 불행을 북측의 변화를 가늠하는 카드 정도로 사용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와 한적이 실무접촉 제안 사실을 굳이 숨긴 까닭이 과연 무엇이었겠는가.

지난달 말 현재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사망자는 5만1519명이다. 한적이 올 들어 첫 이산상봉 제안을 한 지난 2월 말에 비해 1111명이 늘었다. 가족 상봉의 그날만을 고대하며 허위허위 노년을 보낸 분들이다. 남과 북이 정치적인 이유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분단 이재민’들의 비극은 가중된다. 그만큼 남북 위정자들의 업보도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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