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破邪顯正

한·일 갈등 해법, 대통령이 직접 답하라

by gino's 2012. 8. 20.

2012.8.20

 

무대책·무대응·무철학을 드러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대통령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지난 10일 이후 1주일여 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대일외교의 민낯이다.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독도는 자연 그대로 잘 지켜야 한다. 경비도 철저히 하고, 환경도 지키고 두 가지 다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국회의장단 오찬행사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질타했다. 독도 방문의 목적이 환경 문제인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하기 위한 행동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뿐 아니라 이후 쏟아내는 발언들도 느닷없기는 마찬가지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말이 앞서건, 행동이 앞서건 일단 지도자 차원에서 의사표현을 했다면 후속 조치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 후속 방안이 궁하다면 말과 행동을 늦추고 적기를 모색해야 하는 게 외교의 상식이다. 건국 이후 대일관계사에 길이 남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이 빈말에 그친 것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이후 발언들이 일본의 국민감정을 덧들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목적은 기대 이상으로 달성됐다. 특히 일본이 헌법 1조에서 ‘국가의 상징이자, 국민통합의 상징’이라고 규정해놓은 일왕을 폄하한 발언은 압권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교원대 행사에서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 것이라면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일 간에 일왕의 방문 문제를 공식 외교의제로 논의한 적조차 없는 상태에서 언제, 누구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명백한 외교적 실언이다. “일본 국민의 감정을 해치는 듯한 발언은 간과할 수 없다”(아즈미 준 재무상), “극도로 유감이다”(겐바 고이치로 외상) 등의 역풍을 야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으로 의표를 찔린 노다 요시히코 일본 내각에서는 각료 두 명이 개인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이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루자는 서한을 청와대에 보낸 것을 필두로, 한·일 통화스와프 재검토 등의 후속카드를 공개 거론하고 있다. 지지율 20% 안팎의 이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독도 방문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했다면, 잇단 외교적 결례와 실언 탓에 역시 지지율 20% 안팎의 노다 내각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할 정치적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도는 우리 땅이다. 결코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 상식을 느닷없이 일깨워준 것 외에 독도 방문과 이후 대통령의 발언들을 통해 대한민국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또 그 후폭풍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