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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MB막장외교의 끝, 독도 방문 이후 시험대에 오른 외교역량

by gino's 2012. 8. 14.

2012.8.14.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가와 국가 간 이해가 첨예한 현안에 대해 ‘역사상 첫 행동’에 나섰을 때는 마땅히 이후 상황을 관리할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 좋든 싫든 관계를 유지해나가면서 국익의 최대 공약수를 도출해야 하는 국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 10일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간에는 예상대로 외교적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자기만족적 논리에 갇혀 있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독도 문제 등을 다룰 전담조직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25~26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취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에 독도 방문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소진한 청와대의 향후 대응에는 밑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독도 방문 당일에는 ‘지방 순시’ 또는 환경 문제에 무게를 실었다가 이제는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방문했다고 새삼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이벤트였건, 대통령이 강조한 ‘열린 민족주의’의 기형적 발현이었건, 논란을 무릅쓰고 독도방문을 단행한 이상 지금은 슬기롭게 출구를 찾아야 할 때이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독도 방문 여론지지율이 84.7%라는 등 기왕에 성취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만 몰입하고 있다. 일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대통령 스스로 “일본 측 반응은 예상했던 것”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등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는 자극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대일 외교정책은 별개의 사안” “일본에서 당장은 시끄럽겠지만 외교는 외교대로 가는 것”이라는 자기충족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 기껏 언론을 통해 흘린 유화책이라는 게 독도 실효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방파제 및 종합과학기지 건설의 백지화 가능성 정도다. 일본을 응징하기 위해 독도를 방문한 듯이 큰소리를 치면서, 실효지배 조치를 느슨하게 한다면 이 또한 자가당착적이다.

외교에는 상대방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방문을 통해 국내정치적 효과를 보았다면, 노다 요시히코 일본 내각은 만만찮은 국내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1954년과 1962년에 이어 빈말에 그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말고도 독도 인근 해양순시선 파견, 한·일 통화 스와프 규모 축소, 정부 차원의 ‘다케시마의 날’ 선포 등 한국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카드를 여럿 갖고 있다. 일본 역시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가겠다는 결정을 하기 전에는 꺼내기 쉽지 않은 카드들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내정치적 효과에 도취돼 분별없이 대처하다간 외교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아무리 느닷없는 독도 방문이었다고 해도, 이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차분한 뒷갈망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외교는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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