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 사과요구 발언으로 촉발된 한·일 양국의 외교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양국관계는 1965년 국교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국회(중의원)는 어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요구 발언에 강하게 항의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 등을 운운한 일본 국회의 결의안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 일본은 외교적 예의를 들먹이면서도 정작 스스로 외교적 비례(非禮)를 확대재생산하는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다. 설령 국회가 무모한 반응을 내놓는다고 해도 행정부는 현실외교의 상궤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일 게다. 하지만 노다 요시히코 내각은 되레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노다 총리는 어제 내외신 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두고 “일본의 주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라는 망언을 내놓았다. “의연하고, 냉정 침착하게 불퇴전의 결의로 임하겠다”면서 사실상 외교전쟁을 선포했다.
일본 외무성은 그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명시한 노다 총리의 항의서한을 주일 한국 외교관이 되돌려주려 하자 외무성 청사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았다. 일본은 국가 지도자 간의 서한을 반려한 한국의 결정이 외교적 결례라고 하고, 한국은 일본 측이 외교문서 전달을 차단한 것이 외교적 결례라 하며 각각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먼저 결례를 범했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에 남긴 상처는 20세기 최악의 반인도적 범죄 범주에 포함시켜야 마땅한 사안이다. 한가하게 외교적 결례를 들먹이며 말꼬리를 잡을 사안이 아니다. 또한 영토주권은 전쟁을 치르더라도 사수해야 할 국가 존립의 바탕이다. 일제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었듯이 현재의 일본 역시 영토주권을 넘보는 한,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역대 정권이 신중을 기했던 독도 방문을 느닷없이 단행하고 한·일 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조차 없는 일왕의 방한 문제를 뜬금없이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의 돌출 행보가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연일 거듭되는 노다 내각의 억지와 망발은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양국 간 예정된 회담은 물론, 한·중·일이 합의한 상대국 국채 매입까지 보류한다는 말이 나온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정상화한 한·일관계는 과거사 청산 문제에서 태생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세기 가까이 경제·사회·문화적 교류로 다져오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이기도 하다. 감정싸움을 격화시키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각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와 노다 내각이 지금이라도 다음 정권에 지울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더 이상 확전을 자제하고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상대방 국가는 물론 자국 국민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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