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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검문 강화하겠다는 경찰의 단견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9. 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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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3

 

잇따른 ‘묻지마 범죄’와 아동 성폭력 사건 끝에 경찰이 거리 불심검문을 2년 만에 부활하겠다고 나섰다. 경찰청은 이달부터 대로변과 지하철역 등 대중운집 시설과 다세대주택가를 비롯한 범죄 다발지역에서 불심검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침을 어제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불심검문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에 근거한 것으로 범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거동 수상자를 경찰관이 정지시켜 질문을 던지거나, 흉기 소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한이다. 그러나 영장주의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그 폐해가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9월 인권침해를 이유로 인천의 한 경찰서장과 지구대장에게 서면경고와 직무교육을 권고한 뒤 사실상 거리에서 사라진 것도 그 때문이다.

경찰이 검문검색 강화에 애착을 보여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0년 5월에는 아예 시민이 정지 검문검색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삭제하고, 검색 대상을 흉기 외에 ‘그 밖의 위험한 물건’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으로 확대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가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경찰의 권한이 커지면서 국민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수정·보완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일선 경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얼마든지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망범죄’ ‘은둔형 외톨이 범죄’가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하지만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을 더욱 불안케 하는 것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경찰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번 나주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만 해도 피해 어린이의 집과 영산대교 인근에 CCTV가 1대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해당 지역에서 평소 2인 1개조로 순찰차를 타고 24시간 순찰을 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사건예방은커녕 대로변에 방치된 피해어린이를 신고한 지 5시간이 지나도록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수원 중부서 관내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에서는 112신고를 묵살해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경찰은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수원 중부서는 불과 두 달 뒤 112를 통한 30대 여성의 구조요청을 또다시 외면한 바 있다. 경찰이 검문검색부터 강화하겠다는 것은 제손에 쥐여준 인원·장비·권한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에 앞서 경찰권만 강화하겠다는, 역발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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