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9.12
이명박 정부의 대일본 외교가 오락가락하는 정도를 넘어 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대통령이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해서 대한해협 사이에 외교적 풍랑을 자초하더니, 마땅히 외교적으로 따져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70개 중앙·지방지들이 어제부터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순차적으로 게재하기 시작했다. 1주일간 이어지는 이번 광고는 일본 극우파들이 주도하는 바람몰이가 아니다. 일본 외무성이 예산을 들여 벌이는 국가 차원의 선전전이다. 일본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매년 방위백서에서 되풀이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는 방위백서와 일간지 광고는 차원이 다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독도 영유권 주장에 이어 온·오프라인에서의 심각한 외교적 도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본 정부의 일간지 광고 공세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노다 총리는 엊그제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웃는 낯으로 돌아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한 공식항의 등 어떠한 외교적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일본 내 광고를 포함해 일본 국민을 상대로 독도문제의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역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 내에서 광고 등을 통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알린다고 한들 효과가 있겠는가.
우리는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이를 기회로 자국 내 극우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노다 내각의 단견이 모두 양국 관계를 해칠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과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절차를 밟아 영토권 침해 기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그제로 꼬박 한 달이 지났다. 국내외적으로 숱한 파문을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국익에 득이 된 것은 없다. 지금이라도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을 상대로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풀어갈 향후 복안은 무엇인지 당당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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