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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일 아침, ‘위안부 역사’ 뭉개려는 일본 부끄럽지도 않나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8. 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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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8.29

 

한·일 간의 외교전쟁이 느닷없이 위안부 문제로 옮겨붙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그제 참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1993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에 대해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되지 않고, 일본 측 증언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권이 (고노 담화를) 답습해왔으며, 현 정권도 기본적으로 답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지만, 고노 담화의 요체를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마쓰마라 진 국가공안위원장은 “종군위안부가 군에 강제연행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각료들이 고노 담화 내용에 대해 (수정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라며 한발짝 더 나갔다. 오욕의 역사를 끌어안고 노다의 일본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고노 담화는 1990년대 초 위안부 문제가 처음 불거지면서 당시 자민당 내각이 19개월 동안 자체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것이다. 군 위안소의 설치·관리·이송이 일본군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이뤄진 것을 인정한 것으로 위안부 문제 처리의 출발점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은 그나마 고노 담화가 도덕적인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 차원의 법적인 책임을 한사코 부인해왔던 터이다. 보수 자민당마저 인정했던 일본군의 반인도적 범죄를 부인한 것은 우애에 기반을 둔 ‘동아시아 공동체’를 기치로 내걸고 54년 만에 자민당 정권을 교체한 민주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폐기하는 것은 물론, 한·일관계를 1965년 한·일협정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도발이나 다름없다. 내일이면 헌법재판소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지 1년이 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두 차례나 이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노다 내각은 거부해왔다. 그러던 참에 장마에 구정물 내버리듯,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노다 내각이 고노 담화를 부인하고 나선 것이 단순히 정치적 동기에서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 등을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을 계기로 더욱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지난 20여년 동안 역대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서 주변국들을 상대로 과도하게 ‘배려외교’를 해왔다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하게 맞는 경술국치 102주년의 아침이다. 위안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인정과 공식사과를 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이 일본과 공유할 가치는 없다. 한·일 양국에서 연내 등장할 다음 정권들이 명심할 일이다. 과거사 문제에서 한 치도 나가지 못하면서 ‘가치의 동맹’ 운운하다 막판 평지풍파를 일으킨 이명박 정부나 이를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해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노다 내각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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