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빵과 자유

칼럼/여적

by gino's 2012. 9. 6. 21:00

본문


인도적 재난에 처한 사람에게 빵과 자유 중 어떤 것이 더 절실할까. 우리 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는 분기점이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일단 긴급한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과 지원식량 배분을 100% 관찰할 수 없을 바에는 인권상황 개선이 우선이라는 생각은 좀체로 섞이지 않는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그제 발간한 올해 북한인권백서는 식량 지원과 인권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날카롭게 갈리는 논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2000년 이후 생명권이나 생존권(식량권) 등 기본적인 인권 침해가 현저하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북한 주민의 생존권은 식량 사정과 직결된다. 그 생존권 관련 인권 침해 사례가 1990년대 1157건에서 2000년대 240건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 생명권 침해도 감소폭은 작지만 같은 기간 1938건에서 1705건으로 줄었다.


그나마 고난의 행군 시절에 비해 식량 사정이 나아지면서 생존권이 향상되고, 이것이 생명권 향상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생명권 침해는 공개처형을 비롯한 사법집행을 통해 주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으로, 북한의 공개처형은 많은 경우 식량 및 생필품 부족과 관련된 범죄에 적용된다. 대북지원을 통해 식량 사정이 더욱 좋아질 경우 공개처형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북한 어린이에게 밀가루를 보내자 (출처: 경향DB)


물론 생명·생존권 개선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구금자의 권리를 비롯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의 침해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백서는 분석했다. 하지만 시민적·정치적 권리의 개선은 정치적 맥락에서나 해결이 가능하다. 인도적 재난은 인도적 지원으로 풀어야 한다.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간 뒤 북녘의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날아온다. 통일부는 올해 봄가뭄과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인해 북한의 올해 추곡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60만t이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늘 먹는 문제가 우선입니다. 사람은 충분히 먹기 시작해야만 비로소 인권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북한 정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걸 먼저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이 비로소 인권을 요구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원로 사학자 하워드 진이 타계하기 한 달 전 인터뷰에서 들려준 말이다.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와 정치  (0) 2012.09.16
클린턴의 애드리브  (0) 2012.09.07
미국 정치와 풍자  (0) 2012.09.03
욱일승천기와 스와스티카  (0) 2012.08.31
미트 롬니와 모르몬  (0) 2012.08.3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