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워싱턴리포트

찬사 주고받는 ‘한·미관계’ 한국은 과연 실익 챙겼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15.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한·미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찬사가 태평양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이 찬사를 늘어놓고, 한국 고위당국자들이 이를 되받아 웃음을 교환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문제는 아름다운 말은 쌍방향으로 주고받으면서도 행동은 일방적이라는 데 있다.

(박민규기자)



외교적 수사학의 전형을 최근 유감없이 보여준 건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다. 그는 지난달 27일 방한에 앞서 마련한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많은 시간을 “양국 관계가 절대적으로 좋다”는 점을 여러가지 표현으로 전하는 데 할애했다.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길에 두 정상의 마음과 마음이 만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생각을 또렷하고 분명하게 표현한다” “과거 다른 정상회담들을 지켜 보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이 대통령 간 회담처럼 생산적인 경우를 보지 못했다”는 극찬도 곁들였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감동할 일은 적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이 대외관계의 주춧돌로 여겨온 미·영, 미·일 동맹이 피로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흔쾌하게 미국의 수고를 덜어줌으로써 한·미관계의 화려한 시절을 열고 있다.

‘한·미 동맹 미래비전’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더해 한·미 양국군은 공동 해외 활동의 길을 열었다. ‘글로벌 코리아’로 거듭난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등 세계 10위권 경제에 걸맞은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미국이 운을 뗐던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도 적시에 해결됐다. 오바마 외교의 최대 이슈인 글로벌 경제위기와 아프간에 한국이 손, 발 역할을 해주는 상황에서 한·미관계가 절대적으로 좋지 않으면 되레 그게 이상할 일이다.

하지만 좋은 건 거기까지다. 정작 미국은 한국 외교의 두 가지 숙원에 대해 모두 “기다려보자”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캠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 전망에 대해 “두고 보자”면서 한국 측이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북한 핵문제는 ‘전략적 인내심’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양보했던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게 전략이 되려면 적극적인 외교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 미국 측에서 나올 지경이다.

한·미관계가 지난주 워싱턴을 뒤덮은 폭설을 녹일 만큼 화끈한 건 분명한 듯하다. 하지만 미국 측의 입에 발린 찬사 건너편에서 우리는 어떤 국익을 챙기고 있는지 참으로 묘연하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귀국 길에 FTA 비준 시기를 아예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로 늘려 잡았다. 이명박 정부 3년차, 오바마 행정부 2년차에 벌어지고 있는 ‘외교 역조’의 대차대조표다. 미측의 찬사는 이해할 만해도, 한국 측의 찬사는 생뚱맞게 들리고 있지 않은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