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가 제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독일의 히틀러, 옛소련의 레닌과 비교하는 광고물. (AP연합뉴스)
지난해 1월19일 자본시장에 대한 의견을 올려놓는 마켓 티커(The Market-Ticker) 홈페이지에 “2월1일, 상·하원에 티백(tea bag) 한 개를 보내자”는 제안이 떠올랐다. 투자자문회사의 한 분석원이 올려놓은 이 글은 짧은 시간 미국 전역에서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마니아’들이 풀뿌리 선거운동으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민심을 끌어모았다면 티백 보내기 제안은 티 파티(Tea party)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불만의 또 다른 블랙홀이 됐다.
납세와 연방정부의 개입을 거부하는 미국민의 유전자를 선정적으로 깨우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등 사상 첫 흑인대통령을 탄생시킨 풀뿌리운동의 도구들이 이번에는 정반대 성향의 사용자들에 의해 동원되고 있다.
티 파티 운동은 구제금융법안 및 경기부양예산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연방의원들을 상대로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곳에 집행했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1994년 보수혁명의 지휘자 격이었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보건의료개혁을 ‘배급제’로 규정, 오바마의 개혁에 사회주의, 공산주의, 반 자본주의에 더해 나치라는 꼬리표를 다는 길을 안내했다. 티 파티의 발화점이었던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예산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시작됐거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흥분한 군중 사이에서 쉽게 흐려진다.
2009년 한 해 동안 최대 이슈였던 보건의료개혁은 티 파티 운동의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전국을 돌며 연 보건의료개혁 설명을 위한 타운홀미팅 장소마다 대항시위가 벌어져 되레 더 주목을 받았다.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열렸던 시위에는 권총을 찬 한 남자가 “자유의 나무는 종종 폭압자와 애국자의 피로 생기를 얻는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티 파티의 정치적 성향을 공화, 민주로 양분된 미 제도권 정치의 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특유의 자유방임주의에 탯줄을 두고 비 제도권정치인을 선호한다. 공화당과 폭스뉴스를 비롯한 보수언론과 말을 섞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특정정당과 상관없이 납세거부와 자유를 좇아 움직이는 무정형의 아메바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성싶다. 지난달 텍사스주 예비선거에서는 한때 티 파티의 구심점이었던 공화당의 론 폴 하원의원에 대해 되레 낙선운동을 벌이는 예측불허를 보였다.
문제는 티 파티가 올 중간선거의 판도를 바꿔놓을 핵심동력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1주년에 즈음한 집회에서는 중간선거 낙선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미 최근 버지니아·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선거는 물론 민주당의 텃밭인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특별선거에서 정치적 위력을 과시했다. 티 파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율로 민주, 공화당을 앞서는 지지를 받고 있다.
티 파티는 의회민주의의 진공상태에서 성장한다. 오바마의 개혁 노력은 의회에서 발목이 잡히고, 연방의회의 의정수행 지지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악순환이 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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