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2.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 결과를 놓고 주변국들이 심상찮은 반응을 표출하고 있다.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가 협상결과 발표 이전에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중국과 러시아마저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주변국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기는커녕 사거리 연장을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사일 능력 확장 의지를 공공연하게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경박한 태도가 상황을 악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가 각 측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북한이 거센 반응을 내놓자 다시 한번 ‘관련국들의 절제’를 당부했다. 러시아 외교부 역시 지난 9일 “한국 지도부가 한반도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지 않을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표해주기를 기대한다”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자제를 촉구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와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지난 4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들의 방북,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하면서 군사 목적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강행할 것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전에 주변국들의 이해를 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사전 정지작업이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협상 결과를 노골적으로 자랑하고, 미래의 미사일전력을 앞당겨 과시하는 데 열을 냈다. 지역 정세를 앞장서 휘저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방부는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이미 내년부터 5년간 미사일전력 증강예산으로 2조4000억여원을 배정했다면서 사거리 550㎞·800㎞의 미사일을 5년 내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주변국들이 이번 협상을 주목하는 더 큰 이유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의 참여가 커질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이면합의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레이더망 제공을 비롯해 한국의 MD 기여 방안을 놓고 한·미 간에 진행 중이라는 논의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정권 차원의 치적인 양 호들갑 떨기에 앞서 과연 미국 측이 공개적으로 흘리고 있는 MD 참여설의 진실이 무엇인지부터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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