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7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초소에서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노크 탈북’이 형식적으로 일단락됐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엊그제 군의 경계작전 실패와 상황보고체계의 부실을 인정하고 관련자 문책 및 대국민사과를 했다. 하지만 무능하고 못 믿을 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씻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결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의 한심한 경계태세와 보고체계에 대한 수술 및 개선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차제에 군 수뇌부의 획기적인 인적 쇄신 없이는 이미 추락한 군에 대한 신뢰를 메울 길이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단순한 북한군 병사의 탈북 사건이 보름 가까이 국민을 혼란 속에 몰아넣은 근본적인 이유는 일이 벌어지면 우선 숨기고 보는 군의 속성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은 사건발생 다음날인 3일 북한군 병사가 CCTV에 포착된 것이 아니라 생활관의 문을 노크해서 탈북했다는 구두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CCTV 귀순”이라고 증언했다가 번복했다. 공식 계통 보고를 우선시한 데다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의 사실관계 확인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지극히 안이한 자세를 가졌음을 말해준다. 정 의장의 질문에 작전본부장이 6번이나 “CCTV 귀순이 맞다”고 답한 것이나,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이 사건발생 6일 뒤에야 현장조사를 벌인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결과적으로 군 지휘부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셈이다.
해당 초소의 안이한 근무태세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군 병사는 남측으로 넘어온 뒤 탈북 의사를 밝히기 위해 110m를 이동해 초소에 도착했지만 사람이 없어 다시 200m를 걸었다. 동해선 경비대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 다시 반대편 소초로 20m 정도로 이동해 노크를 해야 했다. 작전지역이 울창한 수목으로 뒤덮여 있고,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군의 해명은 납득이 안된다. 김 장관은 그럼에도 “위관급 이하는 열악한 경계작전 여건 속에서도 정상적인 근무를 했음을 확인했다”는 이유로 문책대상에서 제외했다. 북한군 병사가 우리 측 지역을 휘젓고 다닐 동안 무인지경이나 다름없었던 우리 측의 경계태세가 ‘정상근무’였다는 궤변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정부재정의 14.8%인 32조9576억원에 달한다. 국민이 막대한 예산을 제공했음에도 경계근무 여건이 열악했다면, 군 수뇌부가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국민이 믿지 못하는 군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정권교체가 임박했지만 한시도 공백이 없어야 하는 것이 국방이다. 장관과 합참의장을 포함해 군수뇌부를 재구성하기 전에는 국민의 불신을 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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