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
비리와 기강해이가 밝혀질 때마다 습관적으로 은폐해온 군의 병폐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번엔 군내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는 국군기무사령부가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엊그제 경찰에 성매매 혐의로 적발되자 민간인 지인들을 대신 형사처벌 받도록 한 국군기무사령부 장교 2명을 성매매 및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군 검찰에 넘겼다. 기무사는 지난 5월 내부 감찰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내부에서 봉합했다. 보스를 보호하기 위해 부하가 대신 사법처리를 받는 마피아 집단을 연상시키는 범죄 내용도 문제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기무사의 특권의식이다. 기무사는 지난 5월 내부 감찰에서 이들의 범죄행위를 적발하고도 ‘대외노출 시 부대 위상이 실추된다’는 이유에서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고 소속부대로 복귀시키는 인사조치만 취했다고 한다. 부대예산 4500만원을 횡령한 부사관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영관급 장교 역시 같은 이유로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군이 이처럼 부끄러운 자화상을 스스로 공개한 것은 물론 아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어처구니없는 비행과 은폐 기도가 백일하에 드러난 뒤에야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뒤늦게 진상을 확인했으면서도 이를 묵인한 지휘부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림으로써 한계를 노출했다. 조사본부는 배득식 사령관이 은폐를 최종 승인한 것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속 간부들의 위법사실을 내부종결하겠다고 사령관에게 보고한 대령급 중간간부들만 징계위에 회부했다. 그나마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아니라 기무사 자체 징계이다. 은폐를 내부종결토록 묵인한 사령관에게 징계권을 쥐여준 셈이다. 배 사령관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구두 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일반 부대였으면 당연히 지휘관이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마땅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군 병사의 ‘노크 탈북’에서 드러났듯이 잘못을 축소·은폐하는 군의 병폐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특히 부대 위상을 운운하며 치부를 감추려 한 기무사령관의 ‘정무적 판단’은 죄질이 나쁘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들어 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부활하면서 기무사의 정치색이 더욱 짙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이다. 기무사이기에 소속 간부들의 비행을 감추고, 기무사이기에 처벌에 예외를 둔다면 군율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벌백계만이 군의 고질적인 은폐 악습을 고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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