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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사설]일본 자민당 승리가 동아시아에 던지는 함의

by gino's 2012. 12. 16.

2012.12.17.

 

일본 자민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아베 신조 총재가 이끈 자민당은 어제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 결과 중의원 과반 의석을 넘는 압승을 거둬 민주당에 넘겨주었던 권력을 3년3개월 만에 되찾아오게 됐다. 아베 총재는 2007년 사퇴 이후 5년여 만에 총리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을 되찾는다’고 공약한 자민당의 총선 승리는 올 들어 일본 내에서 더욱 확산된 공격적 민족주의 정서가 빚은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민당은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 자위권’과 함께 자위대가 아닌 군대(국방군)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겠다고 다짐해왔다. 시마네현 차원의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행사로 격상시키고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을 부인하겠다는 퇴행적인 약속들도 내놓은 바 있다.

아베의 귀환은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지형을 뒤바꿔놓을 핵심 변수의 하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조치 탓에 한·일 및 중·일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다. 일본 총선 당일에도 중국 어업지도선과 일본 해상순시선은 센카쿠의 일본 영해 안에서 대치했다. 지난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북한은 자민당이 외교·군사정책의 강경기조를 더욱 굳히는 빌미가 될 가능성이 짙다. 아베는 일시 귀국한 일본인 피랍자들의 북한 송환을 거부하고, 총리 재직 중이던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뒤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를 결정하는 등 비타협적인 강경노선으로 일관해왔다.

자민당의 승리는 오는 19일 대선에서 탄생할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게 또 다른 외교안보적 도전이 될 것이다. 당장 대통령 취임 사흘 전이 ‘다케시마의 날(2월22일)’이다. 한·일 국민들 사이에는 상호 호감도까지 떨어진 상태다. 차기 대통령은 양국관계를 개선하는 한편 자민당 정권의 역사·영토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노련함을 발휘해야 한다. 자민당은 중국·북한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군사대국화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북·일, 중·일 간 외교적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다면 동아시아는 전방위적인 안보불안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총선 결과로 인해 차기 대통령이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자회의체를 신속 가동시켜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그래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출렁이는 분쟁과 갈등의 파고를 평화와 협력의 물길로 돌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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