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 된 데에는 감사원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권력의 부당한 혈세 지출을 견제하기는커녕 시종 권력의 눈치를 봤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의 책무를 버리고 정치적 저울질로 일관해온 혐의가 짙다. 감사원은 2011년 초 4대강 사업 1차 감사 결과 발표에서 공사비 5119억원의 낭비와 무리한 공기단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홍수예방과 가뭄극복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평가했다. 사업 타당성이나 환경, 문화재 파괴 등의 우려에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면죄부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22조2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엉뚱한 곳에 집행되는 것을 방조한 셈이다.
발표 시기를 둘러싼 정치적 꼼수는 더 큰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감사원은 2010년 6월 1차 감사를 끝내고도 7개월 뒤인 2011년 1월27일에야 결과를 발표했다. 2차 감사 역시 지난해 9월11일 완료해놓고도 결과 발표까지 4개월을 미적거렸다. 대선을 의식한 고려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임기말 권력 공백 시기를 노려 홍수에 구정물 버리듯이 감사결과를 공개한 꼴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박근혜 새 정부가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또 다른 권력에 봉사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이다.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이면서 행정부 소관이 아닌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감사원법 2조가 규정하고 있듯이 대통령에 소속된 기관이지만 직무에 관한 한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소임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에서 보여준 행태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손실 및 환경파괴를 방조한 공동정범에 가깝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감사원은 4대강 감사를 발표하는 것으로 책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1차 부실 감사 및 1, 2차 늑장 발표의 진상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그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입력 : 2013-01-18 21:27:30ㅣ수정 : 2013-01-18 21: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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