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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워싱턴리포트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던진 메시지

by 비회원 2009. 4. 5.

북 로켓발상의 교훈

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강 건너 불과 발등의 불은 다르다. 하물며 태평양을 사이에 두었으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어수선해지던 지난 2월부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잇달아 ‘사고’를 쳤다. 지난 2월 방한 길 기내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후계구도를 거론했다. 북한과 외교를 하겠다면서 대북발언의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엔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하면 “식량과 에너지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 워싱턴 외교가를 의아하게 했다. 애시당초 경고가 못됐다. 2·13합의에 따른 대북중유지원분(20만t)은 전달이 완료됐으며, 식량은 북한이 지난 3월 거부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북 식량전달과 같은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문제와 무관하다는 미 국무부의 오랜 입장을 장관 스스로 뒤엎은 점이다. 초보장관의 실수일까. 지난해 대선에서 “새벽 3시 백악관에 비상전화가 걸려오면 누가 받을까”라는 TV광고로 버락 오바마의 일천한 외교안보 경험을 공격했던 것은 한낱 득표용 발언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관록의 힐러리다. 힐러리의 실언은 미국이 북한문제에 큰 관심이 없음을 무의식중에 드러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일본은 더 심했다. ‘자라’는 구경도 못했으면서 ‘솥뚜껑’에 호들갑을 떠는 꼴이다. 특히 자국 영토·영해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로켓 잔해를 제거하기 위해 지난달 말 파괴 명령조치를 내린 게 하이라이트였다. 자국 영토·영해에서 방위조치를 취하는 걸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로켓 잔해는 고철 덩어리라는 점에서 군사 전문가들의 우세를 샀다. 파편은 미사일이나 위성과 달라 궤도가 없어 애시당초 요격이 쉽지도 않다. 열기가 사라져 열추적이 안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그 잔해를 없애는 데 한발에 20억엔가량의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을 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실천했다면 이 불경기에 엄청난 과소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우스꽝스러운 모습에도 계산은 있다. 조만간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정치적 꼼수가 아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과잉이 아닐 수 없다. 1998년 광명성1호로 인해 일본이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했듯이 일본의 보수우익은 이번에도 ‘강성대국’ 건설의 호재로 삼을 게 분명하다. 워싱턴의 보수 헤리티지 재단은 로켓 국면에서 3차례나 같은 내용의 언론브리핑을 반복하면서 일찌감치 MD 세일즈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협의 대상 우방국들에서 벌어진 웃지못할 일이다. 물론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역시 미국의 관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뒤에나 움직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아프가니스탄 전략구상에 코가 빠져 있다. 아무리 친한 우방국이라 해도 내부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남긴 교훈의 하나는 적어도 한반도 안위문제에서 우방과의 협의에만 목을 매서는 안된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포토맥 강변과 일본에서는 벚꽃놀이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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