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이 목전에 다가왔다. 청와대를 비롯해 대한민국 외교안보부처 수장들이 일제히 나서 북한이 핵실험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북한의 핵포기만 기다리다가 임기를 마쳐가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은 통렬한 자기반성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말로는 북한의 심각한 도발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국정원 등 외교안보부처들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마저 자아낸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엊그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출석해 통상산업본부 기능이 다음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소관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헌법을 들먹이며 문제 제기를 했다. 물론 정부부처 개편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일에는 앞뒤가 있다. 하필 북핵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이 ‘37년 공직생활’을 걸면서까지 내놓은 ‘소신 발언’치고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현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되레 이날 이명박 정부 5년간 통일·대북정책을 종합평가하는 자료집을 내놓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원인을 북한 탓으로만 돌렸다. “모든 것이 북한 탓”이라는 주장이나 하려면 통일부라는 부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가정보원은 북한 핵실험의 정확한 성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커녕 지난 대선 당시 소속 직원의 인터넷 정치개입 파문이 커지면서 뒷갈망에 전력을 쏟는 모습이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에서부터 최근의 ‘노크 탈북’에 이르기까지 안보태세에 결정적 하자를 노출했던 국방부의 행태 또한 한심하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주재한 회의석상에서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는 사진을 생뚱맞게 공개하더니 엊그제는 북한 극영화에 나온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장면을 소개했다. 북한이 대외 공개되는 영화에서 1급 기밀시설을 공개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2010년 이후 풍계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확보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대응태세를 갖추라”는 각별한 지시를 받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그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방협력협정 체결식에 참석한다며 출장길에 올랐다. 위기상황에서 위수지역을 이탈한 꼴이다.
북한의 도발을 앞두고 호들갑부터 떨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정권의 안보불감증 비판을 확대재생산해 임기 내내 종북 논란의 불을 지핀 현 정부 외교안보당국자들의 처신을 보면 장기적 안목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직업의식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 외교안보팀이 결코 본받지 말아야 할 타산지석이다. 입력 : 2013-02-05 21:22:36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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