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가 높은 수준의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뒤 안보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강한 응징 의지를 내보인 국제사회의 단호한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 노력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제 여야 지도자와 머리를 맞댄 북핵 3자회의 중 “북한의 핵실험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물밑 대화를 병행하라”는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현 단계에선 안된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현 단계’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대선 공약을 통해 밝힌 남북대화 재개 의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에는 박 당선인 스스로 강조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간의 실질적인 협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문 위원장만의 제안도 아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의지가 공표된 뒤 대화를 촉구하는 의미 있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을 다녀간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1990년대 초와 달리 북한 핵시설 파괴가 불가능하지만 당시와 마찬가지로 북한 핵문제의 포괄적·통합적 접근을 위한 ‘페리 프로세스’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북핵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강경대응 대신 다양한 분야에 걸친 대북 교류와 접촉을 북핵문제 해결의 상책으로 꼽았다. 특히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 6일 “남측에서 민족 공동의 이익을 내세워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면 대화의 창구가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구체적으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평화협상을 제안했다.
대화는 이를수록 좋으며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 전에 물꼬를 트거나 최소한 제안이라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설령 박 당선인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더라도 새 정부의 진정성을 보임으로써 추후 이뤄질 남북대화에서 명분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북핵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강경대응이 반복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그러한 순환논리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첫번째 한국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입력 : 2013-02-08 19: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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