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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씨의 돌연한 사퇴를 지켜보며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3. 3. 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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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는 것을 지켜보며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지난달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인으로서 남은 일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한 그였다. 그런 그가 어제 “미국에서 일궈온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면서 사퇴를 발표한 것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5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결코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그가 이뤄낸 성공신화는 남다른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미래부 수장에 내정한 것은 장관 인선의 백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국내는 물론 700만 재외동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사퇴의 변에 담긴 지극히 제한된 인식은 의아함을 넘어 황당함마저 느끼게 한다.

김씨는 사퇴 이유를 철저하게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1주일이 지나고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심정이었다”고도 했다. 김씨는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과정이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절차라는 점을 간과했다. 왜 방송의 독립성이 막판 쟁점이었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제안한 영수회담이 깨진 것을 100% 야당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것은 편협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막바지에 돌입한 여야 간 협상결과를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사퇴가 시급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김씨가 성장한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면 의회 청문회를 거쳐 행정부 진용을 갖추는 데 꼬박 5~6개월이 걸린다. 미국이야말로 정치권의 난맥 탓에 사상 처음으로 예산자동삭감 사태를 맞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야당과 언론이 닥치고 동의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김씨의 국가관이 그가 한국을 떠난 1970년대에 고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김씨로서는 언론 검증과정에서 국가적 정체성 논란을 비롯해 억울한 오해를 받은 일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를 푸는 과정은 한국인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통과의례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재외동포 인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조국에 봉사하려는 재외동포 인재들은 이민국가에서 그랬듯이 국가가 자신을 위해 바뀌기를 기대하기에 앞서 스스로 조국의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 자세를 갖춰야 한다. 김씨의 돌연한 사퇴가 재외동포들의 순수한 애국심에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입력 : 2013-03-04 21:12:01수정 : 2013-03-04 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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