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외교안보팀 수장들이 공석으로 남게 됨에 따라 일각에서 또 다른 안보위기론을 지피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국방·외교·통일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지체되고 국가정보원장은 인선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하루라도 빨리 외교안보팀 진용을 확정지음으로써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팀 구성이 다소 늦어진다는 사실만을 들어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는 것은 사안의 앞뒤와 경중을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기중개상 취업, 편법 증여, 땅 투기 등 참으로 다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비리 또는 결격사유가 터져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고 다음날 골프를 친 것이 밝혀진 데 이어 현역 복무 시절 군사시설보호지역 내 토지를 구입해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보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되레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가 번복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자진사퇴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공직 퇴임 뒤 개인 자격으로 외교부 연구용역을 맡은 의혹을 받고 있다. 어제 국회 청문회에서는 외교 상대국의 우선순위를 공개하는 지극히 비외교적인 서면답변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현재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성급하게 땜질 대응을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북핵 외교가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그 실패 원인을 점검하고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영속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논의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군 수뇌부를 중심으로 차분하고 빈틈없이 안보태세를 다지는 한편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가전략을 짜는 것이 새 정부 외교안보팀에 맡겨진 역사적 책무이다. 며칠, 몇 주쯤 장관 임명이 늦어진다고 당장 안보에 결정적인 문제라도 있는 듯이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 대북정책은 과거 정권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숱한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제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론 분열은 물론 미구에 더욱 심각한 안보 공백 사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입력 : 2013-02-28 2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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