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破邪顯正

외교안보 ‘선군(先軍) 인사’ 기대보다 우려 크다

by gino's 2013. 3. 4.

바야흐로 육군사관학교의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내정함으로써 새 정부 외교안보팀 후보자 및 내정자 6명 가운데 육사 출신 3인방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을 맡게 된다.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내정자를 포함하면 육사 출신은 4명으로 늘어난다. 국방부 장관과 국정원장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주로 군 출신 인사들이 맡아왔다. 이 중 국방부 장관은 여전히 군 출신에게 맡기는 후진적인 인사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씨를 끝으로 12년 동안 ‘문민 원장 시대’를 열었다. 임씨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낸 뒤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안보 전문가라기보다는 ‘햇볕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했기에 지난 두 차례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후보의 국방안보 특보를 지낸 남 내정자와 비교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및 3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높아진 만큼 군 출신 인사들을 중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선군(先軍) 인사’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 부처 장·차관 자리에도 특정 지역 또는 학교 출신을 임명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관행이다. 끼리끼리 의식이 암암리에 정책 결정 및 위기관리 과정에서 투영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 내정자는 육사 25기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27기),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28기)의 선배이자 나란히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평생 상명하복을 몸에 익힌 이들 사이에서 치열한 자유토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관료 출신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학자 출신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의견이 먹혀들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

작금에 한반도가 직면한 안보위기는 단순히 국방전문가의 손에만 맡길 성격이 아니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 관리 및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담대한 실천의지가 결합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군 출신 고위당국자들이 외교안보팀을 주도하면서 대북·대외 정책까지 국방의 종속변수로 전락시킨다면 안보위기는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육사 사랑이 자칫 문민 우위의 외교안보정책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될 것이다. 입력 : 2013-03-03 21:06: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