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 1월 각 군 정훈장교들을 통합, 교육하는 국방정신교육원의 창설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강화해 전력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유신시대에 창설됐다가 없어진 국군정신전력학교를 15년 만에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잇단 전쟁위협으로 어느 때보다 방위태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 군의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다. 군은 지난해 ‘노크 탈북’ 사건으로 대표되는 기강해이 탓에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던 터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대로 강한 군대는 장병들의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교육 내용이다. 군이 그동안 ‘정신교육’의 간판을 내걸고 야당은 물론 1970년대 반유신, 반독재투쟁 및 1980년대 민주화 운동까지 종북으로 매도하는 행태를 보여온 것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국방정신교육원의 전신인 국군정신전력학교는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장병들의 투철한 국가관과 사생관 및 필승의 군인정신을 함양한다는 취지에서 창설됐지만 체제수호를 위한 반공이념교육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다. 유신군대의 잔재인 정신교육을 재개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이념교육으로 흐를 공산이 다분하다. 더구나 김관진 장관의 국방부는 총선과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을 싸잡아 종북세력으로 매도함으로써 군의 정치 개입 논란을 빚어왔다. 재작년에는 ‘종북세력 실체인식 특별교육’ 자료를 통해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민주시민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이다. 민주적 가치를 잘 보존해야 강한 군대가 된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군대가 권위주의 체제의 군대에 승리해온 것은 뒤틀린 정신교육 덕분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에 억지 정신교육이 없는 이유다. 불행히도 우리 군은 여전히 유신군대의 유산에서 자유롭지 않다. 헌법 5조2항에 규정된 정치적 중립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물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까지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미지 조작을 서슴지 않아 왔다. 국방부는 군 기강을 다잡는다는 미명하에 또다시 현대사를 왜곡하고 정치적 편향을 주입하는, 반헌법적인 작태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애꿎은 장병 정신교육에 앞서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시점에 태연히 골프장으로 향했던 장성들의 직업의식부터 점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