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주말부터 한국과 중국을 거쳐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순방 길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향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신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길을 선택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미 양자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한편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미국은 북핵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이 설정했던 목표들을 실현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엊그제 베이징에서는 이례적으로 미·중 공동성명을 발표했음을 강조하면서 수일 내 중국의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면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강화할 절박성도 없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뒤늦게나마 한반도 문제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역할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의 폐쇄회로에서 빨리 나올수록 해결 전망이 밝아진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현 위기의 타개를 넘어 한반도 통일의 ‘진짜 미래’를 논의했다는 점은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케리 장관이 강조했듯이 지금은 모두가 긴장을 완화할 때이다. 하지만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반드시 도달해야 할 종착점이다. 북한이 아무리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고 해도 현 상황을 초래한 북핵 문제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은 일단 긴장을 완화하고 탁자 둘레에 모여 앉을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만 주목한다면 진전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지난 20년의 실패가 남긴 교훈이다. 전례 없는 위기는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거듭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북핵 문제는 한반도 근본문제와 병행 또는 연관해 풀어나가야 해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케리 장관이 지난 12일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강조했듯이 두 나라는 60년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파트너십의 하나’를 구축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은 항구적인 평화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바, 강력한 동맹에도 한반도에서 평화의 토대는 너무도 취약하지 않은가. 9·19 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경제지원 뒤에 배치된 평화체제 논의의 우선순위 조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순위를 바꾸어도 비핵화와 평화라는 최종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중국과 북한의 태도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중국의 대북 지렛대가 제대로 작동된다고 해도 대북제재 강화가 해법이 될 수 없음은 20년의 실패가 남긴 또 다른 교훈이다. 미국의 더욱 적극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 의지를 주문한다. 입력 : 2013-04-14 21:15:06
어쨌든 미국은 케리 장관의 한·중·일 순방을 통해 대북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은 대화 제의를 해놓은 상태다. 국내 보수단체들까지 북측의 태양절인 오늘로 예정했던 대북 전단 살포를 보류했다. 이제 북한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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