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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이 남긴 것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3. 5. 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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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군의 연례 연합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이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국방부는 “한국군이 주도한 이번 훈련은 (전쟁) 수행능력을 검증받는 기회가 됐다”면서 “굉장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지난 3월1일부터 두달 동안 펼쳐진 독수리 훈련에는 군단급·함대사령부급·비행단급 부대 등 한국군 20여만명과 미군 1만여명이 참가해 20여개의 연합 및 합동 야외기동훈련을 진행했다. 같은달 11일부터 21일까지는 키리졸브 훈련을 펼쳤다. 훈련 기간 중 미군의 B52, B2 전폭기와 핵잠수함 등 핵공격이 가능한 전력이 전개됐다. 올해 한·미 연합훈련은 2·12 핵실험 이후 북한이 조성해온 전대미문의 전쟁위협과 맞물리면서 극도로 고조된 군사적 긴장의 한복판에서 수행됐다.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는 올해 한반도 거주민들은 그 어느해보다 핵전쟁의 공포를 혹독하게 겪었다.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뒤 하루가 멀다 하고 핵 전쟁 위협을 내놓았다. 국내 증시에 심각한 악재가 된 것은 물론 일부 주한 외국기업들이 철수계획을 검토하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핵전쟁의 공포는 상대적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엊그제 한·미 연합훈련 종료 논평에서 “미국 핵위협의 위험성을 더욱 사무치게 뼈에 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한대치의 안개가 걷힌 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결과는 구체적이다. 남북이 10년 가까이 키워온 개성공단이 멈췄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지금이야말로 한·미·일 3국의 협력적 미사일방어 체계를 만들 적기”라면서 한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확대 참여를 노골적으로 종용하고 있다. 위기에 편승해 당초 소폭 줄었던 올해 국방예산(34조3453억원)에는 2174억원의 추경예산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일각에선 핵무장론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위협을 앞에 둔 우리에게 중요한 안보자산이다. 북한에는 최대 위협이다. 하지만 남북이 모두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현 상황을 바꾸려면 비상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한시적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하는 것이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이 그럼에도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훈련을 강화해도 늦지 않다. 전작권 환수 이후를 대비한 점검은 필요하되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북핵을 경제적 지원과 맞바꿀 수 있다는 셈법은 이제 시효가 지났다고 본다. 북한이 도저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려면, 한·미 역시 최대의 안보자산을 축소 또는 유예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못난 지도자가 국민을 전쟁 위기 속에 살게 한다. 이제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군사적 위협에 군사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너무도 분명하지 않은가. 수정 : 2013-05-01 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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