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오늘 오전(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열렸다.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두 정상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거듭된 전쟁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의 상황을 평가하고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충실한 이행방안 등 양자 간 현안을 다뤘다.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해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번영의 핵심축으로 양국관계를 격상키로 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나갈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 외에 현상유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원칙적인 지지를 표하면서 북한이 이에 대해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응답을 내놓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도 응답할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강조해 가까운 시일 내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검증가능한 비핵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의미 있고, 번복이 불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현실외교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제시를 미룬 셈이다.
회담에서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기후변화·개발협력·중동문제 등 글로벌 아젠다에 대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에너지부 간에 셰일가스 정보 교류 및 하이드레이트 관련 협력 확대, 청정에너지 공동 연구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포괄적 에너지 성명을 채택하기로 한 점이 주목된다. 미래 신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을 열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미국 측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참석해 ‘포괄적 전략동맹’ ‘신뢰동맹’ ‘나눔과 배려의 동맹’ 등 여러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군사동맹의 범주를 뛰어넘는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다소 느슨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대결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한·미는 지난달 말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이 끝난 뒤에도 연합공군훈련, 서해상에서의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벌이는 등 연합 방위태세를 풀지 않고 있다. 한·미 정상이 합의한 메시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대니얼 러셀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사전 브리핑을 토대로 작성함) 2013-05-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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