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남아 북측과 실무 협의를 벌여온 남측 관계자 7명이 어제 귀환함에 따라 꼬박 한 달 동안 지속됐던 개성공단 사태가 일단락됐다.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을 비롯한 남측 잔류 인원들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과 추가 협의를 한 결과 지난 3월의 근로자 임금을 비롯한 미수금을 전달하고 남측으로 돌아왔다. 남측은 공단에 남아 있는 완제품 및 원·부자재의 반출을 요구했지만 결말을 짓지 못하고 전화를 통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04년 말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10년째 남북 경협을 이끌었던 개성공단이 당분간 무인지경으로 남게 됐다. 남북관계의 마중물로 명맥을 이어온 개성공단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이은 전쟁 위협과 한·미 양국군의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와중에 유탄을 맞게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은 남측 당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북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남북 모두 10년 가까이 공들인 탑이 흔들리게 된 원인을 냉정히 되돌아보고 조속한 시일 내에 경제협력의 불씨를 되살릴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남측 관계자들의 전원 철수 이후에도 단전·단수를 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개성공단에 제공하던 전력과 용수는 공장 가동에만 쓰였던 것이 아니다. 북측 주민들의 생활 용도로 일부 제공돼왔던 만큼 계속 공급할 필요가 있다. 북측 역시 공장에 남아 있는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반출을 허용함으로써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서로 자제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공단의 정상화 시기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지난달 말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서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간의 냉각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남북 당국은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입주기업들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조업 중단이 장기화한다면 정상화가 된다고 해도 설비 가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입주기업들에 대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군사·정치적인 갈등이 공단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남북 최고지도부 간에 정·경분리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남북 모두 확고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개성의 기적’은 이어질 수 없다.
수정 : 2013-05-03 21: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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