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측근인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자문역)의 방북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평양에 도착한 이지마 참여는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를 면담한 데 이어 엊그제 북한의 명목상 지도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이지마 참여와 김 상임위원장의 만남에는 북한 외무성의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 담당 대사가 배석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15일 참의원에서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이를) 생각해가며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사를 송두리째 부인하면서 일제가 주변국에 입힌 상처에 소금을 뿌려온 아베 내각이 피해 당사국의 하나인 북한과 극비리에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다소 의아함을 던지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빌미로 지난달 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별도로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2년 연장했던 강경입장과도 어긋난다. 한·미·일을 상대로 한 북한의 전례없는 전쟁 위협과 한·미 양국군의 연합훈련 탓에 악화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부가 “이지마 참여의 방북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 북·일 간에는 납치자 문제와 북한 내 일본인 유해 송환 문제 등 인도적인 현안이 있다. 제 나라 국민의 절실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아베의 대북 돌출외교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국내정치용 퍼포먼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반도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한국과 미국, 중국의 대북 외교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에 일본이 나섬으로써 북한을 대화탁자로 불러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대북 외교가 주목되는 이유는 한반도 긴장이 악화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마련된 북한 고위급과의 간접대면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을 하는 것이라는 사고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뉴욕채널을 통해, 중국은 대규모 비료지원을 통해 각각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변하기만을 기다리기에 앞서 다양한 채널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것이 보다 유효한 프로세스일 것이다. ㅣ수정 : 2013-05-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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