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협 넘어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계속되고 있다. 일일이 논평할 가치조차 있는지 회의감을 갖게 할 정도다. 하지만 단순한 역사해석의 문제라고만 보기에는 너무도 엄중한 도발이 거듭되고 있다. 선거를 앞둔 국내용 선동 발언이라고 치부할 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어제 “한국군도 베트남전쟁에서 성적 문제로 여성을 사용하지 않았느냐”면서 일제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합리화했다. “위안부가 (태평양전쟁) 당시 필요했다”던 기왕의 망언에 이어 해괴 논리를 거듭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물이 멀쩡하게 정치 지도자 행세를 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아베 총리는 하시모토 공동대표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정부와 자민당은 전혀 다른 입장”이라면서 선을 긋고 나섰지만 초록은 동색일 뿐이다.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 의지를 밝히는 등 한발 물러서는 제스처를 보이더니 엊그제는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와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가 마찬가지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내놓은 아베 총리가 아니던가.
거듭 강조하지만 이제는 일본 지도자들이 쏟아내는 망언에 한탄하고 유감을 표하는 것에 그칠 때가 아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럼에도 일본 측의 태도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면서 손 놓고 있는 듯하다. 강 건너 불보듯 하다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슬그머니 일본과 다시 협력하는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공동대표의 발언은 결코 일회성 일탈로 볼 수 없다.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동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뒤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주도면밀한 계획 속에 진행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을 취소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곤란하다. 막말에 막말로 대응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을 적극적으로 양자, 다자간 외교문제로 발전시켜 국제사회와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일단 일제 피해를 입었던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일본의 역사도발이 계속되는 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사치스러운 생각일 수밖에 없다. 일본 우익 지도자들은 발언 수위를 높이다가 주변국의 반발이 잦아들면 조금씩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망언에 국민 전체가 굴욕감을 느끼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ㅣ수정 : 2013-05-21 21: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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