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어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 관심이 있다면 우리 민간기업이나 단체를 접촉할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당국 간 대화에 나와 신뢰를 쌓아야 한다”면서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 위원회가 남측 위원회에 전달한 개성 또는 금강산에서의 6·15 기념행사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중국을 다녀간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의 6자회담 참여 용의 표명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면서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두 가지 모두 한반도 안팎의 국면전환 흐름에서 스스로 발을 빼는 입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6·15 행사를 제안하면서 개성공단과 관련한 당국 간 대화를 한사코 외면하는 이중적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민간의 6·15 행사를 불허한 것은 단견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이후 중단된 6·15 공동행사를 재개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선을 긋고,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메아리 없는 ‘당국 간 대화’에만 집착하기에 앞서 남북접촉의 실마리를 찾고 이를 토대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남남갈등이 우려돼서 거부한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 대북정책에서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는가.
윤 장관은 “소쩍새가 한번 운다고 국화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라며 6자회담 재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6자회담은 9·19 공동성명이 적시하듯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목적으로 한다. 우선 회담을 재가동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북한이 먼저 행동을 보여야만 회담에 나서겠다는 말은 국화꽃이 핀 다음에나 소쩍새 울음을 듣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6·15 공동행사와 개성공단 정상화 및 6자회담 재개는 각각 다른 사안이면서도 연결돼 있다. 무엇부터 시작하건 대화를 진전시킬 계기를 만들고 이를 다른 부문으로 확대해가면서 문제해결 구도를 구축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안되면 6·15 행사를 허락할 수 없고, 북한이 먼저 변하기 전에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국면전환 분위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입력 : 2013-05-27 21: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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