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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파격적 대화제의, 적극 활용해야 한다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3. 6. 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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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게 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어제 북한의 당국 간 회담 제의를 받아 오는 12일 서울 장관급 회담 개최를 역제의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특별담화문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 및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을 놓고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 데 대해 긍정적인 회신을 보낸 것이다. 조평통은 민간을 통해 제의했던 개성 6·15 13주년 공동행사는 물론 7·4공동성명 발표 41돌도 당국의 참가하에 함께 기념하자고 제의했다. 북측이 회담 장소와 일시를 남측 당국에 일임한 만큼 장관급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측은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비롯한 남북 간 통신선도 다시 연결할 용의를 밝혀 이르면 금명간 사전 접촉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남북 간 현안을 망라하는 포괄적인 회담 제의를 하고, 남측이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초 개성공단의 파행 이후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하면서도 원·부자재 및 완성품 반출 등의 후속조치로 의제를 국한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 정·경분리 원칙에 따른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2008년 남측 관광객 피살 사건과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 역시 미룰 일이 아니다. 북측이 관광공사와 현대아산 소유 재산을 불법 몰수했지만 남북 당국이 남측 관광객의 신변안전 및 재발방지 등에 합의하고 관광을 재개한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2010년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역시 서둘러 재개해야 마땅한 인도적 현안이다. 어느 것 하나 의제를 제한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남북관계에서 성급한 기대를 가져서도 안되지만 섣불리 상대방의 의도를 속단해서도 곤란하다. 북한의 회담 제의는 불과 얼마전까지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전쟁위협을 해왔던 흐름에서 보면 파격에 가깝다. 경제·핵무력 건설의 병진 전략을 수정한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 북한을 마주할 준비를 끝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의 대화 제의를 단순히 ‘도발에 이은 대화 제의’라는 종래 패턴의 재연이라고만 해석한다면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남북 간 막힌 통로를 다시 잇고 긴 대화 과정의 들머리에 선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이건, 동북아 평화협력이건 ‘프로세스’는 길고 녹록지 않은 과정이다. 북한을 외면하기보다는 마주보는 가운데 하나하나 내용을 채워가야 한다. 미국, 중국 등과 연계한 대북 압박구도는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모양새를 갖춘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또다시 해결을 유예하게 될 뿐이다. 북한 역시 남한을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평화 논의의 가장 중요한 대화상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지난달 초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이 오늘부터 열린다. 이달 말에는 한·중 정상회담을 한다. 60주년을 맞는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의 주역들이 잇달아 회동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속내야 어떻든 먼저 대화 물꼬를 터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그 동력을 살려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남북이 주도권을 갖도록 활용하려는 심모원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정 : 2013-06-06 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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