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화’ 물꼬조차 트지 않은 미·중 정상회담

남북이 내일 당국회담을 시작한다. 미·중 정상은 지난 주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넥타이를 풀고 이틀 동안 만났다. 지난달 초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말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중 새 정상 간에는 지난달 말 특사를 통한 간접대화가 있었다. 모처럼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들이 활발한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기판에 비유하면 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가 결정적인 전환 국면에 돌입했다는 증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한반도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온 미·중 정상 간의 회담 결과는 한반도 거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본다면 미·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목표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두 정상이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함께 취해나가는 데 절대적으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핵무기 추구가 (북한의) 경제발전 목표와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도 한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현시점에서 북한은 실질적인 결과로 귀결될 믿음직한 약속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북한의 2·12 핵실험 뒤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094호를 포함해 2006년 이후 안보리가 채택한 5개의 결의는 6자회담 등의 외교적 해결을 권고하고 있다. 미·중은 안보리 결의의 제재에만 ‘절대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하고 대화 재개는 묵살한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음달 정전협정 6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어떻게 불러올 것인가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병력이 참가해 벌인 국제전이었다. 60년이 되도록 전쟁도 평화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정상이 이를 간과했다는 것은 한반도 현상유지에나 관심이 있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다시 거짓 전쟁, 거짓 평화의 불확실성 속에 한반도를 내던져두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북핵 문제 역시 대북 압박을 강화하며 마냥 기다리겠다는 ‘전략적 인내’의 연속이 될 것을 예고한다. 한국전쟁을 평화적으로 종결짓기 위해서는 전쟁 당사국들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저평가된 역할을 늘리겠다는 미국의 전략이나, 미국과 새로운 대국관계를 이루겠다는 중국의 전략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우리에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ㅣ수정 : 2013-06-10 21: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