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어제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오는 12일 장관급 회담의 의제 및 장소, 대표단의 규모 등 기술적인 사안을 논의했다. 비교적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였던 접촉과정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은 북측이 제안한 6·15 공동선언 및 7·4 남북공동성명 발표를 기념하는 공동행사의 개최 여부 및 북측 단장의 직책 때문이었다는 말이 들린다. 정부는 통일부 장관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간의 통·통 회담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은 새로운 남북관계의 첫 단추인 만큼 서로 이견보다는 공감대가 많은 의제부터 접근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가 절실하다.
체제 차이를 외면하고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간의 관계로 본다면 통·통 회담이 원칙적으로 맞다. 이번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통·통 회담의 관례를 정착시키는 것도 의미가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끊어졌던 남북 당국 간 대화 통로를 다시 열기 위해서는 논쟁을 위한 논쟁을 지양하고 실질적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남북은 정상회담 개최에 사실상 합의해놓고도 통·통 회담의 개최를 둘러싼 불신과 이견의 벽을 넘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남북은 회담의 외양을 둘러싼 기싸움이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았던 과거의 패착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관급 회담 이틀을 앞두고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6·15 및 7·4 기념 공동행사 역시 북한의 제안대로 민간 주도의 행사에 당국이 참가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설령 북한이 남남갈등을 획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를 자신 있게 수용하는 자세가 아쉽다. 6·15와 7·4는 남북관계 회복에 앞서 반드시 국민적 공감대를 다시 이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다행히 남북은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 등 본 의제의 설정에서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풀려면 발생한 지 얼마 안되는 문제부터 손을 대 역순으로 해결을 모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장마철 공장 설비가 손상될 우려가 큰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북·미 직접대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도, 남측 내부의 정치적 목적을 구현하는 통로도 아니다.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끝난 미·중 정상회담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모두 남북이 주목해야 할 회담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미·중 정상이 확인했다는 ‘같은 입장과 견해’가 무엇인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환경을 조성하는 문제 역시 심도 있게 논의됐는지 지금으로서는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의제 못지않게 이틀 동안 수차례의 회담과 회동을 통해 사적, 공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견지했던 방식은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 ㅣ수정 : 2013-06-10 00: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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