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어려움이 쌓이고 있다. 지난 12일 당국회담이 무산된 뒤 남북 간 통로가 닫히면서 어떠한 실마리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는 엊그제 남북 당국을 상대로 기계설비 점검 인원들만이라도 다음달 3일 이전에 방북을 허용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지만 어떠한 반향도 얻지 못하고 있다. 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재개해달라는 호소도 파묻히고 있다. 남이나 북이나 기업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서도 정작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중순 북한에 제의해놓은 실무회담이 유효하다면서 방북 허용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응답을 회피하고 있다. 겉으로는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을 걱정하는 듯하지만 기실 북한이 당국 간 실무회담을 수락하지 않는 한 민간의 접촉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옹색한 논리에 다름 아니다.
방북을 호소한 기업들은 개성공단 입주 123개사 중에서 기계·전자부품을 생산해온 46개사다. 장마철을 맞아 습도가 높아지고 누수가 시작되면 추후 공단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고가의 기계설비와 장비들을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어제 내놓은 입장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기업들의 절박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조속히 관련한 당국 간 실무회담에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북측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북한 역시 지난 13일 당국회담이 무산된 책임이 남측에 있다고 주장한 뒤 침묵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북측은 그러나 지난 4월 말 공단 폐쇄 이후에도 남측 기업에 팩스 등을 보내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허용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는 만큼 기업들의 방북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남북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인질로 서로 기싸움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공장설비의 관리라는 최소한의 요구만에라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각각 상대를 길들이겠다는 치졸한 대결구도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이라면 민간기업들의 도생(圖生) 노력이라도 막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 천명해온 대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남측 기업가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면 방북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남남갈등이 우려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기업가들의 개성행을 막지 말아야 한다. ‘국민 상식’과 ‘국제 기준’을 운운하면서 정작 직접적인 남북관계 파탄의 희생자들을 계속 방치한다면 스스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ㅣ수정 : 2013-06-21 21: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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