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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s

브루스 커밍스

by gino's 2013. 8. 28.

 


28일 ‘동아시아 평화체제’ 국제포럼… 미리 만나본 석학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원회가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여는 국제포럼에 참가하는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와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를 미리 만나 보았다. 커밍스 교수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조치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 간의 4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권고했다. “평화에 대한 북한의 기대를 한국이 무시한다면 한민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왕 교수), “북한이 미국 및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이룬다면 국제전으로서 한국전쟁이 종식될 것”(와다 교수)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전쟁: 정전체제에서 지역 평화체제로’를 주제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등이 함께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최종 해결로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확립할 것을 촉구하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공동성명이 발표된다. 미리 배포된 성명은 “한국전쟁과 정전체제는 동아시아 차원에서 우리 모두를 협소한 영토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갇힌 채로 지속적인 군사적 대립관계에 빠지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를 극복할 것을 호소했다.

 

■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남·북·중·미 4자회담서 평화협정부터 논의하자”

▲ 북, 미국의 지속적 핵위협에 노출
국교정상화로 시장경제 유도해야
박근혜 대통령 대북전략 기대감
DMZ 평화공원, 근본적 해결 못돼

“60년을 넘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옮기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전쟁 당사국들 간에 평화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습니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70·사진)는 2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미국 상원의 비준 전망이 불투명한 평화조약(treaty)보다는 평화협정(agreement)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현 단계에선)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상호 적대적 대치상태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3, 4자회담 참여 용의를 거듭 밝혀온 북한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1950년대로 되돌아가 4자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그러나 평화협정만으로 한반도 분단상태를 종식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평화체제는 궁극적 통일에 앞선 과도기적 체제임을 상기시켰다.

커밍스 교수는 28일 국제포럼을 위해 준비한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황: 핵그늘에 가려진 휴전’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문에서 기밀이 해제된 정부문서 등을 인용해 북한이 1951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미국의 핵위협에 노출돼 왔음을 지적했다. 특히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대북 핵위협이 가장 직접적이었다고 적시했다. 그는 “북한은 1950년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핵무기를 정권 차원의 생존과 협박외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본격적인 핵개발에 나섰던)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대북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공개 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북한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1995년 국교정상화를 통해 국제법적으로 종결한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의 차이로 “베트남전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했지만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하지만 미국의 국교정상화 조치가 중국과 베트남을 시장경제 체제로 불러오는 데 유용했으며 이는 경제적 고립상태인 북한에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5년째 ‘전략적 인내’를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국방부 입장에선 북한의 위협이 긴요할지 모르지만 이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대화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 3, 4월의 무책임한 도발 태세를 바꾼 것은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케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매우 신중한 대응은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본질적으로 북한과 상대하기(engagement)를 원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전략을 “북한의 도발에 어떠한 보상도 제공하지 않은 채 상대하려는 입장”이라고 분석하면서 “남북한과 미국 지도자들 가운데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가장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도 평가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건설 제안에 대해서는 “지난 40여년간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북핵 이슈와 같은 한반도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 한계를 지적했다.

<글 김진호 선임기자·사진 강윤중 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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