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 약속과 방위 능력은 다르다. 미국의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은 필연적으로 우방국들의 국방예산 증액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전략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제임스 A, 톰슨 명예회장(68·사진)은 지난 6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씨퀘스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commitment)은 변함없겠지만 방위능력(capacity)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는 2011년 가을 미국 의회가 재정위기 속에 연방예산 적자 한도를 증액하는 데 실패한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의 아시아 방위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 거듭 말해온 것의 이면을 보여주는 말로 주목된다.
연세대학교 초청으로 방한했던 톰슨 명예회장은 “미국 정치권이 10월 중 부채한도 조정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 2014회계연도에 향후 10년 간 5000억달러를 추가삭감해야 해야 한다”면서 “이는 아시아 회귀전략을 포함해 군사전략상의 변화는 물론 특히 중동의 불안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한·미 간에 논의 중인 방위비분담금협상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이기 때문에 시퀘스터가 미칠 영향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단언했다. 톰슨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도 미국은 자국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대일 때 2% 대에 머문 독일을 상대로 예산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면서 “시퀘스터가 장기화된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방위부담이 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하면서도 직선적인 그의 논리는 미국의 속내를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톰슨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보 움직임에 대해 “일본이 어떤 형태로든 방위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면 미국으로선 반길 상황”이라면서 일본의 국방력 증대가 동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에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 위협은 아직까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해 북한의 핵능력이 2010년까지만 해도 개발·실험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언제라도 핵을 무기화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제 위협으로 발전했다는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지난 3일 국회 국방위 발언과 궤를 달리했다. 톰슨은 “핵, 미사일과 관련한 북한의 모든 행동은 포커판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크게 보이려는 허풍이 들어 있다”면서 “북한이 핵 기폭장치를 폭발시켰고 로켓을 발사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핵,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언젠가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 3, 4월 미국에 대해 핵공격을 위협한 것에 관해서는 “1990년대 말에도 북한의 미국 공격을 우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진짜 핵무기 능력이 있다면 무력시위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핵실험(test)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이 매년 국가위협평가보고서에서 북핵을 미국과 지역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핵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은 “미국은 중유도 제공해봤고, 여러가지 양보를 했지만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미 행정부와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평화와 땅의 교환이라는 원칙하에 진행해온 중동평화협상이 결국 누가 안보를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벽에 부딪힌 것 처럼 한반도 평화 문제 역시 체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체결 뒤 누가 어떻게 안보보장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은 아직 북한을 방문해본 적이 없지만 “4년전 북한 관광을 다녀온 아내 달린이 다시 가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민의 쿠바 방문은 제한하지만 (최근 방북한 농구선수)데니스 로드맨의 경우 처럼 미국민의 북한 방문은 허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북한과 쿠바를 대하는 미국 정책의 차이라면 차이”라고 덧붙였다.
톰슨은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에서 정책을 다룬 바 있으며 1989년부터 22년 동안 랜드연구소 회장을 역임했다. 그가 물러난 2011년 랜드연구소의 자산은 3억9000만달러(약 4227억원)에 달했으며 직원은 1700여명이다.
글 김진호 선임기자·사진 동아시아재단 제공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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