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칼럼] 사드 배치 논란, 국방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싸드(사드)를 조심해야 합니다. 싸드는 전쟁입니다. 미국과 싸워야 합니다.” 김진명의 최근작 <싸드>에서 주인공 최어민이 광화문 세종대왕 좌상 앞에서 외치는 절규다. 작가가 “너무도 긴박한 문제여서” 대하소설 집필마저 중단하고 썼다는 소설은 그야말로 소설에 불과하다. 가독성을 높이는 작가 특유의 재주가 돋보일 뿐이다. 하지만 지난 6월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의 한반도 배치 검토 사실을 공개한 뒤 국내에서 일고 있는 우려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맺은 군사동맹은 필연적으로 연루의 위험을 안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동맹이 제기하는 딜레마의 하나이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차원”이라고 하지만 사드의 타격수단과 함께 운용될, 탐지 범위 1000㎞의 X밴드 레이더는 한반도를 뛰어넘는 전략자산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며 동북아에 필연적으로 군비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반발하는 까닭이다.

미국은 그럼에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보내고 있다. 지난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이 개선키로 합의했다고 강조한 ‘미사일방어(MD)시스템 상호운용성’의 핵심은 센서, 즉 탐지능력이며 이는 X밴드 레이더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했다면서 “사드 체계는 광범위한 센서 탐지 범위와 위협을 상당히 조기에 인식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입장이 이처럼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입장은 입장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

국방부는 사드 체계를 들여온다고 해도 중·러가 아닌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용이라면서 미국을 대변하는 데 치중해왔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기한 없이 연기해야만 국토방위가 가능하다는 군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주한미군의 무기 배치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에 제동을 건 경험도 없다.

다만 “미국 측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면 우리에게 협의를 요청해올 것”이라는 국방부의 말은 틀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이 무기 배치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우리와 상의한 것은 1958년 전술핵무기 배치였다. 그만큼 사드가 갖는 전략적 의미가 심대하다는 말이다. 사드가 전술핵 못지않은 의미를 갖는 것은 핵전쟁을 전제로 필요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군은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명분 아래 가급적 팬시한 무기를 갖고 싶어 한다. “우리가 사드를 구입하는 일은 없지만, 미군이 들여온다면 나쁠 것이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군 기계화대대의 M1A2 전차 20여대와 M2A3 전투장갑차 30여대가 부산항에 도착해 줄지어 있다. 미군은 1개 기계화대대의 한반도 순환 배치를 위해 전투 장비를 배치했다. 부대는 주한미군 2사단에 배속돼 경기 북부 지역에 주둔하며 9개월 주기로 장비는 두고 병력만 교체된다. _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사드 도입이 국토방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다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면 과감하게 대안을 찾아야 한다. 국가존망이 걸린 사안이 아님에도 미·중·러의 파워게임 복판으로 들어가는 것은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국방부는 적어도 사드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국가적 판단의 근거라도 제공해야 한다. 펜타곤의 결정만 기다리겠다는 자세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한·미 간의 사드 관련 협의는 다음달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일부 공개될 것이다. 그때 가서 정확한 근거도 대지 않은 채, 북핵 위협을 운운하며 사드 도입의 당위성만 강조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부를 뿐이다. 그것이 한·미동맹에는 더 큰 해가 된다.

뫼비우스의 띠는 안팎의 구별이 없다. 바깥쪽에서 칠을 해가면 안쪽도 칠해진다. 동맹은 필요에 의한 결합일 뿐 뫼비우스의 띠가 될 수도 없거니와 돼서도 안된다. 남북 핵합작을 북핵 문제와 독도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마찬가지로 <싸드>의 결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과 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진지한 협의를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지금 그 준비를 하고 있는가.


김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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